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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목걸이이건학눈, 2021.하늘에서 눈이 내려와 소복이 쌓이는 그런 날이 있다. 축축하게 흩날려 괜히 땅만 질펀하게 만드는 진눈깨비나, 땅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싸라기눈과 달리,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을 정도로 보송하게 쌓이는 그런 함박눈. 나풀나풀 내려오는 커다란 눈송이는 거룩함마저 만들어내곤 한다. 인적 드문 곳에 찾아가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쌓인 눈을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아무것도 없이 쌓여 펼쳐진 눈의 향연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일종의 거룩함.그런 거룩함을 느낄 때면 순백의 눈밭을 그대로 지키고 싶어진다. 어떤 침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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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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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잃어버린 사내고승민마을의 중심에는 공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그 공장을 다닌다. *땅에서 올라오는 불온한 아지랑이가 신경을 거스르는 어느 날의 오전이었다. 도도는 너무 긴 손톱을 보며 공장으로 출근했다. 사방에서 공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파도가 몰아친다. 개중에 아는 사람도 있지만 인사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도 인사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대화도 벅차다. 어떤 결벽증적인 집착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뱉은 말의 작은 한 톨도 허투루 쓰이지 않기를 나는 바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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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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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나비이지후1.나비의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효과는 한 대학원생의 죽음이었다.2.ㄱ대 기숙사 단지를 크게 휘감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껍데기만 남은 대학원생이 발견되었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굼벵이가 있다면 그런 모양의 허물을 남길 것만 같았다. 껍데기의 최초 발견자는 짬을 내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ㄱ대 기숙사 미화원이었다. 옷가지가 도로 한 가운데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들추었더니 그것이 있었다고 미화원은 증언했다. 오래지 않아 경찰차와 형사기동대 차량, 그리고 과학수사대 차량 몇 대가 ㄱ대 기숙사 단지 내로 진입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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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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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전거임진서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 닦는다녹이 붉게 일어난 손잡이에서 오랫동안 가지 않은 방향의 냄새가 났다체인의 매듭마다 질주의 기억들이 꽂혀 있었다먼지와 녹으로 엉긴 자전거는 삐걱거렸고햇빛 아래 처음 굴러오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자전거를 닦고 올라탄다바퀴가 구르고 남은 녹을 뱉어내며 자전거가 간다동네를 한 바퀴 돌고 더 갈 곳이 없어진 나는 자전거를 다시 창고에 집어넣었다나는 점심을 먹었고 전화를 했고 엄마 음성을 들었고 저녁 때 자전거 생각을 했고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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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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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소설에 비해 형식적 진입장벽이 있는 희곡·시나리오는 통상 응모작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동안 두어 번 대학문학상 심사를 하면서 두세 편의 응모작만 가지고 입상작을 고르는 일이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희곡 2편, 시나리오 5편, 총 7편의 대풍년이다. 칩거는 사색을 낳고 사색은 종종 창작을 부추긴다. 1830년의 러시아, 콜레라 창궐로 시골 영지에 칩거하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예브게니 오네긴』, 『작은 비극들』 같은 생애 최고의 작품들을 써낸 것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올해는 응모작 편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수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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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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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우주를 담는 일. 그것은 우주를 차마 다 본 사람이 없기에, 우리가 언어의 발명가들이 아니기에, 항상 힘에 겨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까닭은, 머릿속에서 시작한 무한한 팽창이, 유유하게 박동하던 심장을, 기어이 장악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나를 넘어서는 상념은, 생을 넘어서는 고뇌는, 무수히 차원을 키워가고, 그것들을 1차원의 선들로 조각한 글로 옮겨와야만, 비로소 심장의 박동음 너머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방랑자」는 걸어온 길에 대한 회고이자, 걸어갈 길에 대한 고민의 소산입니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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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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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조은상세상은 무수한 겹으로 이루어진,그 사이의 틈은결을 만들고, 흐름을 만들어,나의 경로를 재단하고,나는 그 속의 방랑자인 곳. 생의 절벽에 선 적이 있다.나는 낭떠러지의 종단에운명을 아로새긴 채,지구의 자전에 어지러워했다. 그날도 지구의 바닥 그 너머로침잠하는 날이었으리라.뒤섞이는 숭고와 비루가 나를 추적하는 악몽에서깨어나지 못하고 떨던 그때,중력보다 무거운 나의 눈동자와 마주했다.그 순간,감각은 정지하고, 표현도 모습을 감추자오롯이 떠오른 본능. 달의 인력에 휩쓸리는 조수보다내가 나를 주관하는 해일이 되고자 하여그것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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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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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먼저, 이 영광의 절반과 온전한 고마움을 미학과 이재성 학우–명재성 작가에게 전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영영 피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 창작의 시간 동안 가장 멋진 벗이자 꾼이 되어주어 고맙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의 색깔이 먼저 떠오릅니다. 쓰고 싶기보다는 써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잘 쓸 수 있다는 자신보다는 써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컸습니다.긴 글 여럿을 휴지통에 처박은 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때, 고맙게도 떠올라준 소재가 성경의 살로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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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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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박승두오늘 우리의 걷는 마음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추억에 대해서 맑게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 투명한 물감으로 흐르는 연꽃의 푸르죽죽한 형해화 속으로 오는 건 우리들의 시절 거리도 이제는 없는 휴업에 대하여 알려주는구나 이제 너희에게 주어진 것은 사람의 연속이자 영속일 뿐이라는 가르침을 듣는 고양이 어디론가 폴짝 날아가는 내음새 그것을 잡고만 싶은 욕구 분개하는 민원인 창유리를 가운데 두고 아무리 두들겨도 전도되지 않는 음파를 녹음하고 있는 기억이 이제는 모든 꽃길을 주워서 꿰매는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어 난 꽃과 같이 달콤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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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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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래닛황예정(미학과) #1. 타이틀 시퀀스검은 화면. 말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발걸음 소리, 미래적인 효과음 등이 섞여 있는 사무실의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고조되면 ‘LOVE PLANET’ 타이틀이 화면을 꽉 채운다. 앰비언스 사운드 줄어들고 달칵 버튼을 누르는 소리, 그리고 수웁–하는 부드러운 터치 효과음이 들리면 타이틀이 사라진다. 동시에 화면에는 윙크를 하며 인사하는 제시카(20대 후반, 여)의 VR 미모티콘이 나타난다. 제시카(E) 사랑합니다, 고객님. 당신만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드리는 러브 플래닛입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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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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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수정 배포 자유김예정(인류학과)[등장인물]작은 꾼큰 꾼왕(작은 꾼 역을 맡은 배우가 왕도 연기하며, 이외 인물의 대사는 음성 녹음을 재생해 처리한다)1장길쭉한 타원형의 무대. 무대의 가로로 긴 부분 양쪽으로 객석이 위치한다. 등장인물의 등퇴장을 위해 한쪽 객석에는 백스테이지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낡은 밧줄이 원형 무대의 윤곽을 만들고, 안쪽에는 얕게 모래가 깔려 있다. 작은 꾼과 큰 꾼, 가면을 쓰고 통로를 통해 달려들어온다. 신나는 음악 흘러나온다.작은 꾼 가면 뒤에는 무엇이 있나?큰 꾼 가면 뒤에는 이야기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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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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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응모작은 양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 이렇게 경험과 상상, 실제와 가능성을 탐구하고 (재)창조하는 작업에 관악과 연건의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주어진 선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과분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하겠는데, 젊은 지성의 새로운 감각과 고뇌를 시라는 내밀한 공간에서 접한다는 호사스러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수의 응모작들과 심사위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각의 차이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시를 읽고, 쓰고, 평가하는 행위의 의의에 대하여 숙고하게 만드는 것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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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2021.11.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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