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국회 통과에 노동계 크게 반발

▲지난달 28일(목) 양대노총 산하 노조원 2만여 명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전경련 건물 앞까지 행진하는 모습. © 김준규 기자

지난 29일(금), 주 5일 근무제(주 5일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근기법에 따르면 주 5일제는 2004년 7월 1일 공공·금융·보험업종 및 1천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1년 20인 미만 업체에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현행 주 44시간이던 법정 근로시간이 국제노동기구 권고 기준인 주당 40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노동계는 크게 반발
재계는 받아들인다는 입장


주 5일제와 관련된 논의는 98년 2월, IMF 경제위기 극복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노사정위원회'에서 시작됐다. 98년 당시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창출 효과를 들어 주 5일제 도입을 주장했으나 사용자 측은 노동생산성의 약화, 시기상조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자 노동계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 5일제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2000년 10월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노·사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진전이 없던 주 5일제 논의는 2002년 4월에 금융노조가 독자적인 주 5일제 추진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 후 2003년 7월 금속노사, 8월 현대자동차의 '임금삭감 없는 주 5일제 실시' 합의를 계기로 다급해진 사용자 측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타협안을 지지하면서 2002년 10월 법안 상정 이후 진전이 없던 근기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 5일제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오던 노동계는 이번 근기법 개정이 "노동자 계급 내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조건의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8∼2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국회 앞에서 연대 집회를 열고 '근기법 개악안 결사반대',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 5일 노동제 쟁취'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양 노총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비정규직 월 평균 1.5일의 휴일보장 요구를 외면해 사실상 휴일을 줄였고, 영세 사업장의 주 5일제 실시시기를 대규모 사업장과 7년 이상 차이나게 해 노동자 계급 내 빈부격차와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과근로수당 삭감을 유도해 총임금이 최대 20%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여성·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대로 주 5일제가 시행될 경우,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03년 노동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5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총액이 280만2천원인 데 비해 5인 미만의 경우 181만3천원이었다. 그러나 5인 미만 영세규모 사업장의 월 노동시간은 203시간으로 500인 이상의 201시간과 비슷해 단계적으로 주 5일제가 시행될 경우 중소영세노동자들의 단위시간당 임금은 상대적으로 더 축소되게 됐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이장희 문화부장은 "노조 가입 노동자들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으로 줄어들지만, 노조가 없는 나머지 80%의 영세기업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책 마련해야

반면, 재계는 이번 법안을 받아들인다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 경제조사본부 양진석 전문위원은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며 "주 5일제를 할 여건이 안돼서 늦춰진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사태를 낙관했다. 이경묵 교수(경영학과)는 "총액임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나 이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결과적인 현상"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생산성 향상 없이 소득수준이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단 근기법 개정안은 통과됐으나 노동계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양 노총은 "단체협약과 함께 현장 투쟁으로 악법조항을 무력화시키겠다"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재계와 분노하고 있는 노동계. 이들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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