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교수

보건대학원
요사이 기후변화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말이 돼서 오히려 그 중요성이 퇴색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기후변화를 정책적인 면에서 이야기할 때는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의 온난화 추세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완화정책과, 기왕에 벌어지는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완화정책은 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선진국에서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효과적이다. 반면에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후진국에서는 적응정책이 훨씬 더 중요함에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내·외 기금들이 압도적으로 완화정책 쪽에서 더 많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두 분야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겪은 일들 중에서 다시 생각할 만한 것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관한 일로 몽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몽고산 캐시미어는 질이 좋아 예전부터 사고 싶은 품목이어서 구입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모임 중에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몽고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국토의 사막화이다. 몽고인들은 수천년 동안 목축업을 기초로 생활을 영위해왔고 지금도 유목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전통을 지키면서 살려 한다. 이렇게 키우는 동물 중에 양은 고기와 더불어 털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므로 몽골에서는 양들을 키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캐시미어는 양털이 아니라 염소의 털로 만든다고 한다. 염소가 양과 다른 점은 풀을 먹을 때 뿌리까지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염소떼가 지나간 초원은 풀이 다시 자라지 못하고 사막화 문제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염소의 사육두수가 늘어났고 이는 국토의 사막화를 가중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한다. 이에 몽고정부는 염소의 사육 두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에서 해수면이 상승해 나라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나라가 없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태평양의 섬나라들에서 해수면 상승 추세는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이러한 나라들은 국가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므로 모든 문제를 주민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문제가 아님은 상식적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이주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이 문제이고 이주한 곳에 이미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과의 마찰도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후진국에서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또한 이주한 주민들은 사라진 고향을 그리는 등 그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내가 소비한 캐시미어가 기후변화를 심화하고 열대지방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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