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의 도입을 주창한 토마스 홉스의 대표작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은 『구약』에 등장하는 괴수를 가리키는데, “심해를 가마솥같이 끓게 하며…하느님께서 만드신 리바이어던이 파도 속에서 놀고 있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현실 속의 고래를 신화화한 것으로 짐작된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고래에 대해서 큰 두려움을 느껴 이 위엄 서린 존재에 대해 마치 군왕을 대하듯 휘(諱)를 했으니 바다 위에서는 ‘고래’ 대신 ‘대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와 인간의 사냥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래에 대한 신화는 무너져 갔다. 사냥도구의 개량, 범선의 대형화, 항해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연안뿐 아니라 원양에서도 고래를 대량 포획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이 고래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고래의 지방으로부터 얻어지는 기름 때문이었다. 고래기름이 산업혁명의 주역인 기계를 돌리는 윤활유로,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 대도시의 조명용으로 제공되면서 고래산업은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이러한 인간의 탐욕 앞에 바다의 제왕도 무력했다. 세계 도처에서 연령과 암수를 가리지 않고 고래가 남획돼 마침내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1946년 세계 주요 포경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포경위원회’가 설립됐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수십년간 큰 진전이 없다가 1986년 상업적 포경 전면 유예령이 발효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과학포경’을 허용하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행정예고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적 조사나 전시·공연용 목적으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고래를 포획할 수 있다. 동해에 면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고래가 오징어와 물고기를 잡아먹는 등 어장을 황폐화시키니 솎아낼 필요가 있으며, 돌고래를 길들여 관광자원으로 삼을 경우 커다란 이익이 기대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고래 개체 수가 증가해 생태계를 교란시킬 정도인지는 둘째 치고, 돌고래를 사육해 돈을 벌어보자는 발상에는 다소 우려가 앞선다. 돌고래 쇼, 돌고래 테라피 등을 통해 사람들이 얻는 즐거움과 위로가 사실 돌고래의 고통과 맞바꿈한 것이기에 유쾌할 수만은 없다. 갇혀 있는 돌고래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려, 넓은 바다의 돌고래가 평균 35∼45년을 사는 데 비해 이들은 평균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심신이 파괴된 생명으로부터 우리가 무슨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영국, 미국, 칠레 등에서는 시민사회의 반대운동이 지속돼 돌고래 공연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이에 역행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리바이어던의 신성이 회복돼 인간의 탐욕과 교만이 심판받을 그날은 언제일까.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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