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문맹률이 높아, 투표용지에 사람 이름 대신 그 사람을 상징하는 동물을 그려 놓는다고 한다. 문맹률이 낮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식으로 투표용지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을 색맹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색깔론’을 제기하는 그들을 위해 단색 투표용지를 컬러로 바꿔 보면 어떨까? 이번 선거부터는 정당별 투표도 이루어지고 각 정당마다 내세우는 색깔들도 있으니, 어쩌면 ‘색깔 공세’와 컬러 투표용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본격적인 ‘색깔론’에 들어가 보자.  

 

파랑은 해돋이ㆍ밝음ㆍ맑음 등과 관련돼 있다. 서양에서 파랑은 신들의 상징으로, 제우스나 북유럽의 주신 오딘은 모두 파란 옷을 입고 있다. 또 파란색은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편안한 색으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도피하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향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하지만, 독단적인 경향이 있어 쉽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녹색은 평화ㆍ자연ㆍ순수한 동심을 상징한다. 그러나 서양에서 녹색은 꺼림칙하고 피하고 싶은 대상을 뜻하기도 했다. 짙푸른 숲은 때로 음산한 느낌을 주며, 유럽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슬람의 상징이 녹색이었기 때문이다. 녹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민주적이고 편견이 적지만, 보수적 기질도 있다. 성실하고 솔직한 편이지만, 지나치게 녹색을 좋아한다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노랑은 온화ㆍ기쁨을 나타내는 태양의 색인 동시에, 욕망을 자극하는 황금의 색이다. 현실적 욕망이 강하거나 넓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은 노랑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명랑하고 솔직하다.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고 한 가지 일에 오래 매달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면이 있어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주황은 불꽃ㆍ불ㆍ사치를 나타내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랑, 행복을 뜻한다. 주황색은 몸에 활기를 주고 식욕을 자극한다. 또 심리적으로 희망을 안겨주는 색으로 긍정적 기분을 유발하며, 고민하던 일이 해결됐을 때 새 출발을 위한 기분전환을 하기에 적당하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혀주므로 무언가를 기다릴 때 활용하면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색깔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세우는 색깔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색 바랜 퇴물 정당이나 잡탕스런 회색 정당이 더 문제다. 아직도 소위 ‘부동층’에 속한다면 차라리 색깔을 보고 투표하자. 색깔에 담긴 그들의 논리와 성향과 지향을 보고 투표하자. 투표용지를 컬러로 바꿀 수 없다면, 국회라도 알록달록한 무지개 빛깔로 물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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