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으로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가 보다 불안해질수록 국가는 이러한 불안사회, 무한경쟁사회에서 소외된 국민들을 받아낼 더 넓고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쳐야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쉽게 직장에서 해고될 수 있는 만큼 쉽게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이러한 사회안전망 중에 가장 기초적인 것이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갑자기 직업을 잃거나 가난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더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모든 국민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09년 기준 정부의 공식자료에 의하면 410만 명, 다시 말해 전 인구의 약 8.4%가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바로 부양의무자 규정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소득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신을 부양하지도 않는 아들 혹은 딸의 존재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장애인 아들을 둔 일용직 아버지가 자식을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진입장벽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최저생계비로 절대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2010년 현재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136만3,090원이다. 이를 4로 나눠보면 한 사람당 최저 생계비가 34만원인 셈이다. ‘2010년도 최저생계비 비목별 구성’을 보면 이 돈으로 집세도 내고, 가구·집기도 사고, 옷과 신발도 사고 심지어는 교통통신비까지 내야한다. 얼마 전 참여연대가 마련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해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아본 한 대학생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최저생계비가 아닌 최저‘생존’비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학생들은 1박 2일 기아체험을 하듯이 한 달만 버텨내면 될 일이었겠지만, 최저생계비를 받는 사람들은 이 돈을 가지고 매달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온통 ‘복지’ 일색이다. 보수에서부터 진보까지 너나할 것 없이 복지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복지정책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6일(화) 종로구 조계사 옆마당에서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시민사회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위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도 거대담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발맞춰 조속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진선미
외교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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