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목), 올해 4월부터 논의가 진행돼왔던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소위 ‘유통법, 상생법’으로 불려온 SSM(Super SuperMarket)규제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유통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전통상업보존구역의 500m 거리 이내에 SSM의 출점을 3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상생법은 SSM을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같은 법이 필요하게 된 이유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점포를 넘어 기존 영세 상인들의 상권에까지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서비스를  명분으로 영세 상인들을 압박해 수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게 만들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SSM규제법을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엄청난 진통이 있었다. 청와대에서 이 법안이 논의되자마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유럽연합(EU)에서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할 것이므로 ‘상생법’만큼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결국 여야가 두 법안을 동시처리하기로 합의한 방침은 파기될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범국민적 반발로 지난 10일에는 유통법이, 25일에는 상생법이 통과됐다.

법안 통과 이후 언론과 정부는 이제 영세 상인들의 걱정은 전부 끝났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의 말처럼 영세 상인들에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미 대부분의 대형유통업체들은 이 법안이 표류되는 기간에 많은 준비를 했고 법안 통과 전 순식간에 입점하는 ‘번개매점’ 전략을 사용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그리하여 곳곳에 SSM들이 들어섰고, 현재 영세 상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들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거나 이미 밀려나버린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는 법안이 조금만 더 빨리 처리됐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법안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표류했던 것인가. 이는 EU의 제소를 두려워한 일부 세력이 법안의 통과를 막았기 때문이다. 법안이 논쟁 속에서 오랜 기간 표류하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됐다.

법은 국가 전반의 기틀을 담당하는 기둥과 같다. 옆집에서 보기 싫다고 한다고 해서 자신의 집을 지탱할 기둥을  빼버려서야되겠는가? 이번 상황과 같이 타국의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고통이 전가된다면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속담이 있다. 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이다. 정부는 이를 명심해 타국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소신 있게 정책을 수행해 진정 국민들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 

 김건호
 사회교육계열·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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