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로 글레이서 지음 ㅣ 조현욱 옮김 ㅣ 까치글방 ㅣ 360쪽 ㅣ 1만8천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시사철 달라지는 캠퍼스의 정경을 지켜보면서 매년 ‘법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듯한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치 훌륭하게 짜인 설계도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이 경이로운 우주를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로 계속돼 왔다. 하지만 지난 10일(수)­ 출간된 『최종 이론은 없다』는 수많은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우주를 설명하는 완전한 이론의 발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물리학자인 저자 마르셀로 글레이서는 “최종 이론은 없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에 앞서, 먼저 ‘최종이론’을 위해 달려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뉴턴 물리학부터 상대성이론까지, 인류가 거듭해온 과학의 발전에는 궁극적 법칙으로 우주를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죽는 순간까지 우주를 설명하는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일생을 바쳐 ‘꿈의 이론’을 찾았던 대표적인 과학자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이론이 또다른 설명 혹은 현상에 의해 부정돼 왔음을 지적하며 최종 이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종교적 신앙과 같은 하나의 도그마라고 주장한다. 우주를 설명하려는 오랜 세월의 노력들은 최근 빅뱅이론,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암흑에너지에 의해 부정됐다. 그럼에도 우주 탄생의 최종 이론을 찾으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등  ‘꿈의 이론’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저자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꼽는다. 인간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세상 이면에 단순하고 완전한 실체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최종 이론을 찾기 위한 시도들이 오히려 변화무쌍하고 불확정적인 우주의 실제 모습을 무시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우주는 인간에게 꼭 맞게 계획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혹’하고 ‘무관심’한 대상이므로 혼란스러운 우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확실하고 비대칭적인 우주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회의적인 결론만 남아 있을까? 시간, 물질, 생명, 나아가 존재의 비대칭성을 지적한 저자는 ‘비대칭성’이야말로 생성과 창조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가령 생명에서도 비대칭성은 본질적인 속성으로, 생명의 경이로운 다양성은 오히려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 돌연변이 덕분이다. 대칭성을 향한 탐구는 분명히 과학의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 했지만, 이는 대칭성이 우주의 본질적인 속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데 효율적이고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사이언스」지를 통해 자기 홀극의 발견이 알려지면서 우주의 또 하나의 대칭성이 발견되는 듯했다. 자기에서는 항상 양전하와 음전하가 함께 존재하지만, 전기에서는 양전극와 음전극이 따로 존재해 이는 우주의 비대칭적 특성으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석이 단일 극으로 존재하는 ‘자기 홀극’의 등장은 그러한 비대칭성을 부정하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과학의 발전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에 눈을 돌리라고 할 것이다. 현재의 발견은 언젠가 또 다시 부정되며, 우리는 영영 꿈의 이론을 찾아낼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인간의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 것 같아 일견 슬프게 들린다. 하지만 인간이 이러한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지배하는 우주에서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역설적으로 인간이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