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속의 ‘이태백’

청년실업 40만 시대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후보자들의 공약에 빠지지 않는 것은 ‘청년실업 해결’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은 백수)’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대변하듯, 한국 사회에서 실업은 일시적 사회병리현상 이상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한국 문학 속의 타자들」이라는 연속 기획의 첫 번째로 ‘백수’를 조명한 이번 『문학과 사회』 봄호는 눈길을 끈다. 이 특집에 따르면 우리에게 실업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문화적 현상, 나아가 문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백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서 김찬호는 백수들의 실태와 그들의 의식세계를 조명해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배경을 통ㆍ공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백수들이 양산되는 문제의 원인을 왜곡된 대학교육에서 찾는 그는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입한 교육이 숨가쁜 변화를 외면하고 안주한 결과 ‘오발탄’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실업으로 파생된 사회문화적 현상들이 문학으로 어떻게 투영됐는지 알고 싶다면 우찬제와 이경훈의 글을 읽어보자. 1990년대 이후의 문학에 나타난 백수의 상상력을 들뢰즈와 노장 사상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우찬제의 「분열증적 탈주, 혹은 무위의 시학」은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최근 문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편집증적 인간형에서 분열증적 인간형으로 전환되면서 이른바 ‘백수의 존재론’이 새롭게 주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식민지 시대에 씌어진 여러 작품들을 종횡무진하면서 당시 문학 작품에 나타난 백수들의 삶을 살피고 있는 이경훈의 「대합실의 추억: 식민지 문학의 백수들」도 백수들의 삶과 식민지적 근대가 맺고 있는 관계를 규명하는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박혜경은 ‘백수’와 문학의 상관관계를 통시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틀 위에 여성주의적 관점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문학과 여성의 직업, 그 두 겹의 불화: 한국 소설 속의 여성과 직업」은 한국 여성 소설에 나타난 여성과 직업의 관련 양상을 조명하면서 직업 활동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불이익이 문학 작품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번 『문학과 사회』 특집은 현실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가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깊이 있고 풍부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포스트 청년기’라는 사회학적 개념 도입에서 백수들의 문학적 실존 고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법도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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