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목요일은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며, 선거 참여는 국민으로서 가지는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고 할 것이다. 이번 선거 진행 과정은 과거와는 다른 여러 가지 차별성을 보여주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부분으로 남아있던 정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선거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정당 투표제의 도입일 것이다. 1등만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이제까지의 제도에서 군소 정당들은 기성 정치의 높은 벽에 막혀 원내로 진입 하지 못했고, 결국 이 정당들의 정강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사는 제도적인 통로를 통해서 국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1인 2표제 채택을 통해 이러한 소수 정당의 정책들도 국회로 수렴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이 구성되는 국회는 더 많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의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권자들 또한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는 정당과 후보자들 속에서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대리인을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선거법의 정비에 따라 선거 운동이 군중 동원과 조직 활용으로 대변되는 고비용 구조에서 자원 봉사와 인터넷 활용 등과 같은 저비용 방식으로 바뀌면서 권력과 돈의 밀착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도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참여 문제나 각종 사회 단체들의 선거운동 관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드러났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법적․제도적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이는 가장 큰 문제는 감성에 치우친 선거 운동이다. 총선거는 4년간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리인을 선택하는 중요한 행사임에도, 주요 정당들의 선거 운동은 미래와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과거에 집착하거나 이미지 제고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 결과 각 정당들의 공약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고, 같은 정당의 공약들 사이에도 서로 모순되는 부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의 잘못이지만, 당선에 사활을 건 후보자와 정당들에게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게 만든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회의 결정들은 유권자들의 감성적인 선택에 따른 업보일 것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나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줄어들고,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우리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조짐이다. 이러한 높은 관심에 합리적인 판단이 덧붙여져서 실제 투표 참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금이라도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선거 공약을 다시 한번 검토하여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회가 진정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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