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

출발점에서

작품을 응모하고 한 달 동안 가을바람을 생각했습니다. 겨울을 기다리는 제 방은 추웠습니다. 또 다시 찾아올 상실감에 미리 몸을 움츠렸습니다. 가을 아침 낭보를 듣고 멈춰 생각합니다. 나 자신에게 진실했던 날들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봅니다. 그런 날엔 시 때문에 속이 탔고, 시 때문에 잠 못 이뤘습니다. 소설 속의 누군가 때문에 슬프고 괴로웠습니다. 결국, 쓴다는 것은 쓴[苦] 일이었습니다. 자주 펜을 놓았습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찹니다. 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들로부터,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로부터 도망쳤습니다.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더 안락해질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비겁함과 나태함을 신중함이라 착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습니다. 부끄럽게도, 이미 여러 번 ‘안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 하는 것이 쓰는 일이었습니다. 견디지 못 하고 한 일이라 늘 흠이 많았습니다. 그 흠들을 메울 수 있을 만큼 큰 용기로 이제 안일한 도피를 멈추려고 합니다. 제 인생에 주어진 선물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쓴 일을 끌어안겠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작가가 되는 길에 비로소 한 걸음 내디딘 것 같아 기쁘고 설렙니다. 이 기쁨과 설렘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학신문과, 저 자신 앞에 다시 설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수준에 못 미치는 작품을 두고 한참 고민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제 홀로 맨홀에 빠져 지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이 괴로운 일만은 아니게 됐습니다.

지금의 부끄러움을 오래 새겨두고 나아가겠습니다. 어린 투정이나 덜 된 사유의 찌꺼기를 쉬이 뱉어놓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더 다가가는 것을 숙제로 삼겠습니다.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는 선생님들과 중문과 식구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속 깊은 격려를 해준 친구들, 제 삶의 영원한 뿌리인 가족에게 ‘사랑해요!’라고 크게 외칩니다. 올봄 비 내리던 밤에 작고하신 외할머니께 사랑과 존경을 담아 시 「목마」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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