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풍’, ‘박풍’, ‘노풍’이 엇갈리며 몰아치는 속에서 국회의원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투표권이 있는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그리고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치에 무심하다면 ‘비정상’일 것이다. 필자는 권위주의 체제가 종료한 후에도 주권자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반복되는 각종 반민주적ㆍ후진적 행태에 대하여 통탄하고 있으며, 또한 정치가 잘 되어야 우리 사회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 탄핵은 사상초유의 정치적 사태일 뿐만 아니라, 현시대 최대 법적 논쟁거리이기에 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직업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집 밖 담벼락에 붙어 있는 선거벽보를 일별하다가 상당수의 국회의원 출마자와 비례대표 후보자의 직업이 대학교수라는 점을 새삼 깨닫고는 여러 가지 상념이 떠올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이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현행법상 교사와는 달리 교수는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고, 당적을 갖고 정당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할 수도 있으며, 또한 출마할 수도 있다. 대규모의 민간 ‘씽크 탱크’가 없는 현실에서 각 정당이 정책능력이 있는 교수를 초빙하려 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실제 교수 출신으로 훌륭한 정치인이 된 사람도 존재한다. 또한 정치권으로 들어간 경우는 아니지만, 교수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행정부의 중책을 맡아 봉사를 하고, 이후 대학으로 복귀하여 행정부에서의 경험을 학문연구와 강의에 반영하는 모범적 예들도 있다.

 

 

교수의 정치참여, 정치권과 대학간 건강한 관계 모색의 기회돼야

 

 

 

그러나 근래 정치권으로 투신하는 교수 중 필자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사례가 있다. 예컨대, 특정 정당소속 출마후보자의 자격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공천심사위원이었던 교수가 자기 자신을 후보로 선정하고 출마하는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철저하게 요구되는 시민운동의 중핵으로 활동하던 교수가 갑자기 시민운동을 그만 두고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는 방치한 채 정치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다가 출마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하기에 사회적으로 조금만 이름이 난 교수라면 ‘정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는 것이다.

 

 

 

한편 출마하는 교수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자신이 담당하는 강좌를 휴강하거나 대강을 맡기거나, 아니면 아예 폐강을 하는데, 자신이 정치권으로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애초에 학사행정에 차질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30일로 교수직이 자동 휴직되고 4년 동안 대학을 떠나 있게 되는데, 해당 교수가 사직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는 없게 된다. 또한 낙선하여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

 

 

 

 

주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정치에 무감할 수 없고, 교수의 전문적 식견과 정책능력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권위주의 시대 하에서 상당수의 교수는 민주화를 위하여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다가 해직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당하였다. 현 시대에도 교수는 이러한 ‘비판정신’을 유지하며 한국 정치의 풍토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을 것이다. 정치의 계절에 대학과 교수의 존재 의의를 되새겨 본다.

 

조국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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