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 이틀 새 두 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2월 26일 아침 세상을 떠난 임무창 조합원은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무급휴가를 받아 지금까지 여러 단기업무를 전전해 왔다. 임무창 조합원은 생계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아내가 투신자살한 후 고등학생인 아들마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등 어려운 삶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26일 아침, 과로에 시달리던 그는 마침내 통장 잔고 4만원과 카드빚 150만원을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이틀 후인 28일에는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였던 조 모씨가 목숨을 끊었다. 퇴직 후 조선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 선별에 탈락한 직후였다. 이로써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총 14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쌍용차의 정리해고자, 회사의 약속 이행을 기다리던 무급휴직자들이 막막한 생계와 이에 따른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대체 무엇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4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을까. 원인은 쌍용차측의 ‘약속불이행’에 있다. 2009년 쌍용차는 수많은 노동자를 정리해고했고 또 향후 복직을 약속하며 수많은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으로 내몰았다. 노동자들의 길고 끈질긴 투쟁 끝에 타결된 ‘8·6 대타협’ 당시 쌍용차는 무급휴직자들을 1년 뒤 복직시키며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타협을 성사시키기 위해 3000여명이 공장을 떠나는 뼈를 깎는 조건을 수락한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회사의 약속 이행을 기다려왔다. 무급휴직자들은 ‘8·6 대타협’ 당시 사측이 내놓은 약속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가 확정되고 신차 발표회를 통해 재도약을 선언한 지금까지도 쌍용차나 인수예정자인 마힌드라, 어느 쪽도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할 계획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은 해고자가 아니기에 실업급여나 퇴직금을 받을 수도,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없어 일용직, 단기계약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 태도를 보여온 쌍용차는 약속을 이행해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겪고있는 생활고와 정신적 질환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 역시 죽음의 행렬에 대한 책임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정부는 상하이차 인수 당시 벌어졌던 정리해고 이후 시종일관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쌍용차 사측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며 철저하게 그  이익을 보장해왔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마땅히 이행해야 할 약속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관심을 보이거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을 낳은 정리해고와 기약없는 무급휴직 조치에서, 쌍용차와 정부는 공범이다.

 무급휴직자들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쌍용차와 정부는 상하이차가 발생시킨 경영상의 손해를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갚을 작정인가. 쌍용차와 정부는 즉각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당사자인 쌍용차는 빠른 시일 내에 무급휴직자들을 복직시켜야 할 것이다. 자기 노동자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그들을 외면한 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도약하는 기업이 될 수는 없다.

정주회
(서양사학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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