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지친 몸으로 돌아온 집에 낯선 이가 당신의 행세를 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를 기대했던 아내가 문득 가짜라고 느껴진다면? 이러한 황당함을 소재로 현실을 반추하게 만드는 소설 두 권이 출간됐다.

『언노운(unknown)』의 주인공 마틴 해리스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72시간동안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집으로 돌아간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와 자기가 그녀의 남편 마틴 해리스라 주장하는 낯선 이와 마주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소설은 흥미로운 소재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영화화됐고 개봉 시기에 맞춰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작가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정보 공개’이다. 독자들은 사건 배후의 음모를 밝혀내는 작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교통사고를 낸 택시 운전사, 그를 진찰한 정신과 의사, 이전 직장 동료 등 용의선상에 놓일 수 있는 인물들을 한 명씩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마틴과 함께 이들을 의심하도록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이들의 결백을 증명함으로써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추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증거들이 축적되며 마틴과 독자들은 결말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초반까지 마틴은 오로지 자신의 기억만을 믿는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우리의 뇌는 저장고라기보다는 오히려 (뇌의 바깥에 저장된 정보를 주고받는) 송수신기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말에 주인공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때부터 마틴은 외부로만 향해있던 의심의 화살을 자신에게로 돌리게 된다. 이 전환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독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놀라는 동시에 주인공과 함께 자기 스스로를 ‘낯설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민승남 옮김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언노운』과 같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존재를 낯설게 보는 경험을 소재로 주인공의 심리를 생생히 묘사한다. 주인공 레오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레마가 진짜가 아니라고 느낀다. 레오는 기상학자 ‘츠비 갈첸’이 진짜 레마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이끌려 그의 학술 성과들을 섭렵하고 진짜 레마를 찾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초반에 기억이라는 확증을 가지고 있었던 마틴과는 달리 느낌만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레오는 자칫 정신이상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인칭 독백조로 실타래 풀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일단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이상심리’가 타인에게는 감춰야 하고 스스로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은밀한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정상인의 눈으로 레오를 정신이상자로 낙인찍으려던 이분법적 분류의 오만을 반성하게 된다. 나아가 레오와 유사한 심리 상태를 보였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을 진정 정상인이라 단언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이렇게 심리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발생함에 따라 독자들은 ‘현재 날씨를 충분히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일의 날씨를 어떻게 알겠는가’라는 소설 첫 장의 문구를 다시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를 통해 불확실하고 임의적인 ‘기상 현상과 정신적 현상의 공통점’에서 착안해 낸 책 제목의 함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틴은 스스로가, 레오는 아내가 낯설다. 두 소설 모두 황당하고 기묘한 소재들을 통해 가장 친숙해야 할 존재들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 ‘낯설게 보기’를 통해 우리는 익숙한 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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