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지윤

서울대에 입학하신 새내기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새내기 여러분 모두 입시지옥을 통과해 서울대에 합격한 순간, 벅찬 감정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동안 참아왔던 소소한 일탈을 직접 해본다는 두근거림도 함께 느끼셨을 거예요. 입시가 모두 끝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써보는 것이죠. 대부분의 새내기 여러분은 ‘리스트’에 뜨거운 사랑과 동아리 활동, 성적과 무관한 자유로운 공부 등을 쓸 것입니다. 또 입학 후의 청춘을 불사르겠다는 원대한 꿈도 가지구요.

그러나 오늘날의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삶이 팍팍하다고 푸념하곤 합니다. 대학에서도 사회와 타협해 살아나가야 하는 시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여도 실제 선택지는 적은 상황에 대한 걱정 때문이지요. 지난해 3월 고려대에 재학하던 김예슬씨가 “더 이상 경주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가 되고 싶지 않다”며 자퇴 선언을 했던 사건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고 언론에서도 대학생들의 꿈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누구나 경주마처럼 앞을 보며 달려가는 시대인데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 그래도 너는 명문대생이지 않냐는 냉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임에도 그것이 더 이상 공동의 문제가 되지 못하는 시대,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것이 청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어딜가나 넘쳐나는 시급 4천원짜리 알바인생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트랙과 계속되는 불안은 존재합니다.

이같은 고민과 불안을 자기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의 우울과 고독, 사색은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낭만이지만 그 고민의 당사자에게는 벗어나고픈 자기만의 어두운 동굴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공동의 광장, 만인의 아크로폴리스는 아직도 유효하지 않을까요? 처음의 마음으로 적었던 리스트가 타임캡슐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낼 공간이 필요합니다. 서울대가 여러분의 대학이 되려면 대학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서울대에 다가오는 변화인 법인화, 그리고 사회에 다가오는 변화인 불안정한 일자리. 이에 대한 실천을 통해 만인을 위한 아크로폴리스를 열어가는 과정에 새내기 여러분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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