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길은선 기자 ttkt@snu.kr

“열심히 공부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돼 고생하신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라며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끈 원동력을 설명하는 인문대 새내기 하청씨.

하씨는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현 중 하나인 하남성 우성현에서 자랐다. 버스 한 대 지나지 않는 낙후된 농촌에서 그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던 배경에는 작은 가구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교육열이 있었다. 현을 통틀어 고등학교가 한 개 밖에 없을 정도로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우성현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일은 드물었지만 하씨의 부모님은 세 남매의 공부를 뒷바라지 했다. 그는 세 남매의 공부를 위해 하루종일 일하시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연세도 있고 몸도 편찮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걱정되지만 그럴수록 공부를 열심히 해 고생에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하씨는 중국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했다. ‘대장금’, ‘겨울연가’ 등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국문화에 매료된 그는 서울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선배들의 권유로 한국의 대학에 유학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왔어요”라며 “한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언어교육원에서 1년 동안 공부할 때 서울대의 교육환경이 마음에 들어 서울대 입학을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에 합격하고도 하씨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비싼 생활비와 등록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큰 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인문대 장학금 담당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이를 본 인문대 장학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하씨를 인문대 교수장학금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유학생활에 따른 비용 때문에 부모님이 부담스러우실까봐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게 돼 매우 기뻤어요”라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인문대 행정실 이규호 선생님과 인문대 학생부학장님을 비롯한 서울대 교수님들께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가난이 혹시 하씨의 삶에 상처로 남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하씨는 가난과 함께한 성장과정이 현재 자신을 있게 한 밑거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큰 도시의 학생들이 한창 부모님께 응석부릴 나이에 가난한 시골에서 고생을 하다 보니 스스로 모든 일을 끈기 있게 해내는 법을 배웠어요”라고 말한다. 그에게 가난은 자신을 더욱 단련시킨 스승이었던 것이다.

하씨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해 중국에서 한국어 교사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며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 기쁜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나중에 중국으로 돌아가 평소 좋아했던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하청씨.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를 구사하며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그의 눈에는 낯선 땅에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새내기의 당돌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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