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무원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때는 지났다”

▲ © 노신욱 기자
지난 8일(목), 전국공무원노조 정용해 대변인을 만나 최근 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민노당) 지지 발표와 관련한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계기로 민노당을 지지하게 됐으며, 공무원노조 내에 이견은 없었는가.

민노당 지지결정은 공무원들이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공무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특히 민노당을 지지하는것은 민노당이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유일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은 올해 2월 공무원노조 지도부 선거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돼 대의원대회에서 토론과 투표를 거쳐 과반수 이상의 지지로 확정됐다. 물론 조합원 전원이 찬성한 것은 아니며 조합의 공식적인 입장과 조합원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일부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63년에 제정된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독재정권이 공무원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1987년 이후 민주화된 헌법에 의하면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되는 것이다. 즉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러나 현재 공무원노조는 부당한 권력의 요구에 대항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단체이며 공무원들이 권력에 휘둘리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호해야 하는 때가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때다.

▲일부 고위직 공무원과 교수들의 정치활동은 허용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헌법재판소는 직무의 본질적인 내용, 근무방식 등이 다르므로 하위직 공무원과 고위직 공무원, 일반 교원과 교수의 정치활동 허용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정치활동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특정정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급히 격리돼야 하는 긴급체포대상자로 분류됐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대통령을 긴급체포하지는 않는 것을 보니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고위공무원은 급히 격리될 필요는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정치참여는 어느 단계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고위공직자들의 정치적 활동과 공무원의 업무 수행을 제한할 수 있는 정치 활동은 규제돼야 한다. 우리는 업무상 공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정치적 의사표현등 사적 영역의 정치적 자유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지금처럼 의사표현의 자유조차 없이 공무원의 거의 모든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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