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순위에 집착하는 서울대 법인화
경쟁 부추기는 오디션 프로와 닮은 꼴
이윤과 효율성을 위한 경쟁 지양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공동체 돼야

김미연 부편집장
두 프로그램이 있다. 각각의 주최측은 ‘사활을 걸었다’고 표현할만큼 두 프로그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나는 이 두 프로그램이 어쩐지 불편하다.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이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하나는 요즘 대세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방송가를 점령한 이 놀라운 상황을 이미 허다한 글들이 분석하고 있다. 분석의 방점은 대부분 ‘경쟁’에 맞춰져있다. 경쟁 권하는 한국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있다. 하지만 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불편함이 유독 이 프로그램에서만 느껴지는걸까. 이 프로그램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뭐가 그렇게 다르길래. 여기엔 가수 ‘지망생’이 아니라 이미 가수, 그것도 유명한 가수들이 나온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충분히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은 가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동시에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경쟁한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 수 있는 포맷으로서 오디션 방식을 차용했다”는 프로그램의 담당자는 몇년만에 처음으로 광고를 완판했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의 목적은 광고완판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지금 여기, 관악에서 저돌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이로운 속도다. 이 프로그램의 추진목적은 다음과 같다: 국립대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교육경쟁력 강화. 법인화는 서울대가 세계의 명문대학으로 거듭나는데 장애물이 되는 비효율적인 것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란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학이 선택하게 될 방식은 역시 언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쟁을 시킨다. 평가단이 평가한다. 물론 평가의 기준은 엄혹하다. 해외 학술지에 논문이 몇 편이나 출판됐는지, 몇 번이나 인용됐는지, 대학에 연구비는 얼마나 수주해왔는지,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 해외의 몇몇 언론들이 정하는 세계대학순위를 ‘몇 등이나’ 올려줄 수 있을지가 문제다. 대학이 진리와 자유 그리고 정의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지식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이 프로그램의 주최측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납득할 수가 없다. 목적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도. 두 프로그램이 전제로 하는 경쟁과 순위 매기기에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락 가수는 락을 잘하면 되고 발라드 가수는 발라드를 잘 부르면 된다. 가수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 된다. 대학은 건전하고 역동적인 지식공동체로서 철학이 있고 신념이 있는 지식인들을 길러내면 된다.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완판하기 위해 진정한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가수들이 일렬로 줄 세워지고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 대학의 세계 순위를 높이기 위해 정원감축과 예산삭감을 감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눈이 밝은 『대학신문』의 독자들은 이미 두 프로그램의 이름을 눈치챘을 것이다. 일요일 밤, 텔레비전을 틀면 볼 수 있는 ‘나는 가수다’와 지난해 겨울, 그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가볍고 빠르게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법’. 두 프로그램 모두 빠른 시일내에 막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길, 정엽은 나띵베러를 누구보다 멋지게 부르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유롭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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