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이어리
'나눔' 다이어리
  • 최신혜 기자
  • 승인 2011.03.13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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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초년생 정다운씨는 입학과 동시에 서울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옆 자취방에 누가 사는지조차 몰랐던 정씨의 생활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학교, 동아리 등 수많은 단체에 소속됐으나 ‘이웃’이란 단어는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왔던 그였다. 그런 정씨가 요즘 지역화폐 ‘나눔화’를 쓰는 상상공동체에서 이웃과의 교류에 대해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초인종을 누른 이는 앞집에 사는 선배 이루리씨였다. 정씨가 지난밤부터 말썽인 수도시설 수리를 손재주가 좋은 공대생 이씨에게 부탁한 것이다. 정씨와 이씨는 학내에서 마주친 적은 없지만 공동체 내에서 활동하며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정씨가 공동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도시설 수리(30분): 정다운이 이루리에게 30나눔 지불’이라고 거래내역을 올리는 동안 이씨는 “이 나눔화로 네일아트를 받아야겠다”며 잔뜩 기분이 들떠 조잘거렸다.
 
수업을 마친 정씨는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우연히 접속한 공동체 홈페이지에서 ‘아이 돌보미 구함: 답례로 바이올린 교습’이라는 글을 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웃집 아이를 돌보기로 결심한다. 마침 어릴 적 그만둔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하고 싶던 터라 일석이조라는 생각이다. 정씨는 ‘2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주면 120나눔, 1시간의 바이올린 교습비로 60나눔을 쓰고 남은 60나눔은 화폐로 받아야 겠다’고 혼자 셈해본다.
 
기분이 좋아진 정씨는 저녁나절 과외를 하러 옆 주택단지로 향했다. 다른 친구들은 과외비를 현금으로 받지만 정씨는 나눔화로 받아 학비에 보탠다.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통해 번 나눔화는 학비 일부로 사용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행동이 곧 자신이 배우는 일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과외를 할 때도 강의를 들을 때도 남다른 기분이다.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공동체 장터에 간 정씨는 이웃의 안부묻기에 바쁘다. 자취방 근처에 마트가 있지만 장터에서 장을 보는 것이 정씨에겐 어느새 더 익숙해졌다. 오늘 장터에선 주말농장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가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채소를 팔았다.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은 1000원과 30나눔이 합쳐진 금액. “채소를 팔아 번 현금은 주말농장의 운영비에 보태고 나눔화는 공동체 내에서의 활동에 쓴다”는 아주머니는 하루수익에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정씨는 자신의 작은 도움들과 자투리 시간이 지역화폐를 통해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에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대학생으로서 학업, 아르바이트, 스펙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이웃이 곁에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는 자신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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