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으로 일상 들여다보기

추운 겨울 시린 손을 녹이는데 매우 유용한 손난로. 그런데 잠깐. 불도 때지 않는 이 조그만 손난로는 어떻게 열을 내는 걸까? 쉽게 접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잘 알지 못하는 사물들의 원리. 그 원리를 쉽고 재밌게 풀어 놓은 책이 출간됐다.

손난로는 ‘흔들이 손난로’와 ‘똑딱이 손난로’ 두 종류가 있다. 우선 가루로 가득 채워져 있는 흔들이 손난로는 철이 녹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고운 철가루가 산화되어 녹이 슬면 산화철이라는 더욱 안정된 물질이 생성된다. 안정된 물질은 반응 전의 불안정한 물질보다 에너지가 낮아지게 되고,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남은 에너지가 열로 방출되는 것이다. 이 때 철가루를 가만히 놔두면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소금과 활성탄을 넣고 흔들어 반응을 촉진시킨다. 한편 똑딱이 손난로는 물질의 상태 변화 원리를 이용한다. 손난로 안의 겔 상태의 물질은 아세트산나트륨 과포화용액이다. 과포화용액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여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과포화상태가 깨지며 결정이 만들어진다. 이때 물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며 안정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의 높은 에너지가 열로 방출된다. 철이 산화되고 액체가 응고되며 열이 방출된다는 것은 아마도 교과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원리일 것이다. 하지만 가루로 가득 찬 손난로를 흔들면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손난로를 보면서 이 원리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손난로의 예처럼 일상의 사례로부터 과학 원리를 이끌어내는 과학교양서 『시크릿 스페이스』는 ‘서울과학교사모임’의 교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이 책은 손난로에서부터 MP3, 드라이클리닝, 바코드까지 사소하고 흔하지만 그 원리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었던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매일 접하는 물건들도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면 특별한 것이 되고, 이것들로 가득 찬 공간이 바로 ‘시크릿 스페이스’가 된다.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의 일상 공간을 기준으로 해서 나눈 장 구성이 ‘과학의 일상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크릿 스페이스』가 개별 사물들의 과학 원리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 원리로 만들어진 발명품들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를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예컨대 피임약이 상용화 되자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이는 1970년대 34%에 이르렀던 미국 여성의 고교중퇴율을 2008년 7%까지 감소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또 산업사회가 도래하는데 큰 공을 세운 전구 덕분에 공장은 24시간 내내 제품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밤에도 환한 거리를 누비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잠들지 않는 사회’는 ‘잠들 수 없는 사람’을 만들어냈다. 전구의 탄생 이후 9시간이었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과학 원리를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인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필에 참여했다는 한 저자의 대답은 이 책의 목표가 ‘과학의 대중화’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들은 교과서를 벗어나 인터넷이라는 ‘오픈 스페이스’에 짧은 내용들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어 『시크릿 스페이스』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과학적 원리들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독자들이라면 부담 없이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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