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항상 안전하지는 않다. 오히려 도처에 위험이 복병처럼 숨어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는 그런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긍정적인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현실을 실제보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 해일 대참사와 방사능 유출에 따른 두려움이 이제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로까지 증폭, 확산되고 있다. 옛날 중국 기나라에서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두려워 침식을 잊고 걱정한데서 기우란 단어가 유래되었듯 대지진으로 인한 참사 앞에 긍정적 환상의 힘이 무력화되어서 불안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이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마저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패나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여서 늘 조심하고 억제돼 있는 사람이 있다. 혹시 길을 걸으면서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려고 했던 적이 있는가? 반복적으로 좋은 숫자를 생각하고 가스나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몇 번씩 확인한 적은 없었는가? 이러한 행동들은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사전에 예방하기위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본 적 있는 정상적인 행동들이다. 하지만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100%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한 위험하다고 여기기에 만에 하나 자신의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위험한 일이 발생할까 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손을 씻거나, 질서정연하게 물건을 나열하고 특정한 단어나 숫자를 입속에서 반복하는 의례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융통성이 전혀 없는 완벽주의로 인해 스스로를 얽어매고 피곤하게 한다.

영화 「에비에이터」에서 하워드 휴즈는 부와 명예, 사랑,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는 아무런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 일상적인 일들이 너무 힘들고 두려워 불안에 휩싸일 때마다 주문을 외우듯 ‘QUARANTINE(검역)’이란 단어를 반복한다. 프로이드는 강박증의 원인이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충동을 과도하게 방어하고 통제하고자하는 내적 갈등 때문에 생긴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강박증을 유전적, 신경학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매사에 엄격하고 통제적인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녀들에게 강박 증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대개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 대해 늘 걱정하고 경계하며 빈틈없이 대비하도록 교육한다. 휴즈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는 안전하지 않아”라고 속삭였듯이 말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재해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무상으로 기쁨을 주기도 한다. 해마다 3월의 캠퍼스는 새내기 학생들로 인해 신선하고 활기차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봄꽃의 퍼레이드를 보여줄 것이다. 안전에 대한 갈망과 자유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변증법적 갈등이다.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하면 위험 회피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유는 제한된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좋은 일이 많겠지 하는 긍정적인 환상을 가져보며 캠퍼스에서 자유로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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