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명박 전 시장은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기조를 내세우며 뉴타운 개발, 청계천복원 공사를 통해 도시 공간의 상품성을 강화하고 환경과 문화의 가치를 접목한다는 취지의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2006년 당선된 오세훈 현 서울시장 역시 이명박 시장의 개발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동시에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새로운 개발 정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서울시의 개발 정책은 개발이익과 전시 효과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정작 개발의 공공성은 뒤로 밀려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낭비성, 전시성 개발=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 SH공사가 건설한 공공주도형 상업시설이다. 계획단계부터 삼성동 코엑스의 4배 규모로 ‘아시아 최대의 종합유통단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가든파이브’에는 1조 5천억원 이상의 사업비용이 투입됐으며 2년여의 공사 끝에 2008년 말 완공됐다.

하지만 넓은 규모, 화려한 외관과 달리 가든파이브의 내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용자가 턱없이 모자라 영업 중인 점포가 한두곳밖에 없는 구역도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운영 중인 가게도 매출이 적어 정규 영업시간인 10시를 채우지 못하고 저녁 7시면 문을 닫는 형편이다. 가든파이브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안규호 회장은 “손님이 없어 거의 매일 적자를 기록하지만 SH공사의 활성화 대책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완공된 지 2년이 돼가지만 빈 구역이 많아 SH공사의 유지비용만 계속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남상혁 기자 as0324@snu.kr


서울시는 가든파이브뿐 아니라 다른 건설 사업에서도 전시성 토건 사업에만 몰두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서울시는 예산 낭비, 자연 파괴 등의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총 사업비 964억 원 이상의 ‘플로팅 아일랜드’ 사업에 산하기관인 SH공사를 참여시키는 등 대규모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2010유권자희망연대가 발표한 ‘서울시정 평가리포트’에 따르면 SH공사의 부채는 2조 5천억원에서 5배 가량 증가해 2010년에는 12조원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부채도 2001년 약 6조원에서 2010년 약 19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의회가 발표한 ‘서울시 재정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과 추진방안’에 따르면 서울시의 총 부채 중 SH공사 부채는 2002년 10%정도에 불과했으나 2009년 60%를 넘어섰다. 서울시가 SH공사 등을 통해 진행하는 건설 사업이 시 재정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서울시가 계획단계에서 충분한 경제성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 내기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수상택시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하루 평균 4만명이 수상택시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하루 평균 115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샀다. 용산시민연대 손종필 대표는 “서울시는 책임감있게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기보다는 행정독주적 태도로 편익계산에서 이윤과 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등 경제성 평가를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지역주민이 소외된 주거 개발=지난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주거 밀집지역에 좋은 주택을 공급하고 주택난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뉴타운 정책을 추진했고 은평, 길음, 왕십리 세 곳이 뉴타운 시범사업지역으로 처음 지정됐다. 이 전 시장은 2003년에 2차로 12개소를 추가 지정했고 이후 서울시는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3차로 11개소를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신길동 뉴타운 12구역이 지정된 것도 2007년 11월이었다. 신길 뉴타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 설립을 추진하던 조합 대표들은 이때부터 개발 이익을 노린 특정 건설사들의 후원을 받고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개발 관련법에 문외한인 저소득층 세입자와 가옥주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얻기 위한 로비를 했다. 건설사에서 동원한 아웃소싱 인력인 일명 ‘OS요원’을 시켜 주민들에게 “뉴타운이 지어지면 현재 거주하는 집값의 보상으로 추가 부담금 없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이다.

이에 많은 주민들이 조합 설립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이들이 주민들에게 설명한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길음 아현 등 주변 뉴타운지역의 사례를 볼 때 뉴타운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격은 평당 1,700에서 2,000만원이지만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평당 1,0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며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은 뉴타운개발이 착공되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길 제 12구역의 바로 옆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원거주민 280가구 중 3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하태승 기자 gkxotmd@snu.kr


신길12구역뿐 아니라 대부분의 뉴타운 지정 구역에서 뉴타운 개발이 완료된 후 지역주민들은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북구 미아 10구역의 경우 262가구 중 15%인 39가구만이 입주할 수 있었고 성북구 길음4구역 내 원주민 재정착률도 1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한 가구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주로 진행되는 뉴타운 개발의 특성상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받은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재개발 관련 정보가 원활히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공공관리자가 직접 나서 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공공관리자제도’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돼 추가부담금 내역을 알려주도록 돼있지만 실제 사업 추진 현장에서는 조합 대표 측이 왜곡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행위가 여전히 발생한다. 추가부담금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지역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은 조합 대표 측의 불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인 ‘나눔과 미래’ 이주원 사업국장은 “조합 설립과 재개발 추진 과정의 정보를 조합 대표 측이 독점하고 있는 데다 행정당국의 처벌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의서를 얻기 위한 조합의 로비나 사기가 성행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75%이상의 주민이 동의하면 조합 설립이 승인되고 재개발이 진행돼 개발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자연의 상처 위에 진행되는 한강 개발=한강르네상스 사업은 한강 수변문화공간 조성과 자연성 회복 등을 목표로 2006년부터 추진됐다. 서울시는 2007년 7월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통해 “한강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통해 한강을 친환경적 도시발전 전략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사업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은 파괴됐던 하천 생태계가 복원되고 서울시가 문화생태도시로 발전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한강의 모습은 ‘한강의 재생’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에 녹지였던 반포지구는 한강 르네상스의 첫 작품인 ‘반포특화지구’의 조성 과정에서 콘크리트로 메워졌다. 이로 인해 반포지구는 배후습지로서의 홍수 피해 방지기능을 상실하고 생태적으로도 파괴된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정 평가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시는 반포지구 외에도 난지지구, 여의도지구 등에 각각 700억 원을 들여 녹지를 콘크리트나 돌덩어리로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현정 활동가는 “서울시는 반포분수가 잘 보이게 하는 전망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녹지를 훼손했다”며 “‘자연성 회복’이라는 한강 르네상스의 기조가 명분에 불과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또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동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의도 밤섬 앞에 설치된 수상무대(플로팅 스테이지)는 조명과 소음으로 수만마리 겨울철새 도래지인 밤섬의 생태계를 악화시켜 비판을 받았다. 또 강서습지생태공원 확장공사 과정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서식지가 파헤쳐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신재은활동가는 “강서습지는 맹꽁이 공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맹꽁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었음에도 서울시는 이곳이 맹꽁이의 서식지가 아니라면서 공사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서 환경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서울시가 시각적 볼거리에만 몰두한 채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실행한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한강주운(舟運)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인접지 영향권인 김포 한강하구의 생태계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서울시는 한강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거나 필요했던 시점 이후에 결과를 끼워 넣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는 환경에 대한 서울시의 무책임과 무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이룩한 화려한 성과물의 한켠에는 서울시의 ‘밀어붙이기’식 개발로 훼손된 한강의 자연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의 개발정책은 겉모습만 화려할 뿐 경제적 실속도,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도, 환경적 고려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시환경의 개선을 통한 시민들의 윤택한 삶을 지향해야 할 개발정책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는 귀를 막은 채 ‘개발중독증’에 빠져 중장기적 계획과 철학을 상실한 개발 사업들만 남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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