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海' 항해를 위한 나침반
'이슬람海' 항해를 위한 나침반
  • 나영인 기자
  • 승인 2011.03.27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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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웨인스 지음ㅣ이정명 옮김ㅣ산처럼
이슬람. 독자들은 이 단어를 보고 새벽녘 모스크의 첨탑에 올라가 『코란』을 읽는 낭랑한 목소리보다는 결사항전을 외치는 카다피의 목소리가, 매주 금요일 정갈한 옷을 입고 모스크를 도는 순례의식보다는 테러리스트의 지하드 의식이 더 강하게 떠오를 것이다. 9·11테러를 포함한 각종 자살폭탄테러에서부터 최근의 리비아 사태까지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머릿속에 이슬람 세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하지만 13억 명의 신도를 거느린 이슬람 문명은 특히 중세시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으며 오늘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문화적 가치를 폭넓게 바라보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꾸짖기나 하듯 중세 무슬림 모험가의 여행기가 새롭게 출간됐다. 영국 랭커스대 이슬람학과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웨인스 교수가 저술한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가 번역돼 나왔다.

이븐 바투타는 마르코 폴로 등과 함께 세계 3대 여행가 중 한 명으로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 이르는 12만km를 30여 년 간 여행한 중세의 모험가다. 그는 22살에 고향 모로코를 떠나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 순례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경험들을 고향에 돌아와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 담았다. 이번에 나온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는 바로 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연대순이 아닌 여행자, 여행, 음식과 접대, 성지와 성자, 성(性) 등의 주제별로 요약·정리해 방대한 원전에 대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책이다.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의 각 주제마다 담겨진 일화들은 그 동안 몰랐던 이슬람 문명의 모습뿐 아니라, 중세 아랍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10여명의 아내를 두었던 바투타는 몰디브 제도를 여행하며 군주가 여자라는 사실에 몹시 놀라기도 한다.

동시대의 또 다른 여행자인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은 대부분 전해들은 이야기이거나 내용에 오류가 담겨 있어 논란을 빚었지만 이 책의 원전인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실존 인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정확한 묘사, 동시대적 어조와 특성을 갖춰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무하마드 깐수’ 정수일 한국문화교류연구소 소장의 1년 9개월에 걸친 완역작업으로 1,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지난 2002년에 출간됐었다. 국내에서 중세 아랍어를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정수일 소장이 유일하다. 그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완역된 한국어판 『이븐 바투타 여행기』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97년 동서교역사를 연구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깐수 사건’의 주인공 정수일 소장은 동서교역사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그런 정수일 소장 스스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중세 인문지리학의 핵심자료”라고 평가했듯이 여행기에 담긴 내용들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생소한 한자어들을 섞어가며 중세 아랍어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 정수일 소장의 철저함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에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일반인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책이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번에 출간된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를 길잡이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중세 무슬림 여행가가 들려주는 진귀한 이야기들의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다. 충실하게 번역된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친절한 길라잡이까지 출간됐으니 이제 독자들은 그 바다로  여행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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