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코스타 지음ㅣ 장세현 옮김ㅣ쌤앤파커스
기후변화, 테러리즘, 경제 위기 등이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이러한 문제를 내버려두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통섭’을 학계에 보급한 에드워드 윌슨도 이에 강하게 공감했다면? 『지금, 경계선에서』의 저자 레베카 코스타는 인류가 ‘몰락’의 경계선에 서있다고 독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인간의 진화를 근거로 인류가 위기를 겪는 것은 인간 두뇌의 진화가 문명의 급속한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도·기술이 발달하면 사회의 ‘복잡성’이 커지고 이에 정보·지식을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도 증가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천천히 진화해 복잡한 문명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스타는 문명의 발달 속도를 쫓아가지 못할 때 인간의 두뇌가 지식보다 믿음에 의존하는 비합리적 경향을 띠게 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마야 문명과 현 인류 문명은 동일한 ‘몰락’의 패턴을 지니고 있다. 마야인들은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고 심오한 문명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사회의 복잡성이 증대돼 자신들이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가뭄이라는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마야인들은 처음엔 수로를 건설해 합리적으로 대응했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오히려 기우제를 지내는 등 비합리적으로 사고하게 된 것이다.

만약 현 인류도 마야인처럼 가뭄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 저자는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 내 지역사회의 움직임을 소개하며 인류의 비합리적인 모습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물의 보존만으론 미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없으며 물을 ‘생산’할 기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각종 회의·위원회 등은 사람들에게 물 사용을 억제하라는 지침을 제시할 뿐 본질적인 해결책 마련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테러리즘, 핵 확산, 종교 갈등 등의 문제에서도 이러한 비합리적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진화론으로부터 문제를 이끌어낸 저자는 역시 진화론에서 그 해답까지 찾아낸다. 그는 인류의 독특한 두뇌 활동인 ‘통찰(insight)’에서 희망을 본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좌뇌·우뇌 기능으로 환원되지 않는 제3의 사고 활동, 바로 통찰을 할 수 있게 진화해왔다. 코스타는 통찰의 오래된 예로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언급한다. 그는 저소득층 대출에 대한 발상전환으로 빈곤을 해결한 경제학자 유누스를 또 하나의 사례로 거론하며 통찰을 통해 인류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런 통찰을 자주 볼 수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된 ‘밈(meme)’ 개념을 차용해 대답한다. 밈은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정보, 관념, 사고방식 일체를 가리키는 개념인데, 일부의 밈은 우리를 하나의 고정 관념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통찰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다. 유누스가 마이크로 크레딧을 창시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이들은 그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 구제불능이 된 것’이라는 사고, ‘내가 새로운 발상을 시도해봤자 큰 변화는 일으킬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 등 통찰에 걸림돌이 되는 밈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사고를 제한하는 밈의 구속에서 벗어나 통찰로 나아갈 때 인류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저자. ‘경계병의 호각소리’라는 이 책의 원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