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터넷 넘어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 정립하려는 ‘미래인터넷’ 연구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대표되는 새로운 단말기들이 증가하며 인터넷 세계는 점점 혼잡해지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20억개가 넘는 단말기가 복잡하게 연결됨에 따라 2015년에는 전체 트래픽이 현재의 1000배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응용 기술들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무대가 되는 인터넷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선두로 기술 개발에 뛰어든 ‘미래인터넷(Future Internet)’은 인터넷의 미래를 연구하는 분야로 현재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공학계의 주도로 미래인터넷 연구가 실시됐고 2008년 ‘국가어젠다프로젝트(NAP)’의 11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며 공학, 물리학, 수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 프로젝트가 됐다. 또 올해는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도 기존의 미래인터넷 연구주제 중 성과가 있는 것을 택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인터넷의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자각을 통해 인터넷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인터넷 발전에 단초가 될 미래인터넷을 조명해보자.


◇기초과학과 함께 연구되는 인터넷의 미래=미래인터넷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2005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정립해 인터넷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과제다. 기존의 인터넷 개선 연구와 미래인터넷이 다른 점은 기초과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초 이론에 기반을 두지 않은 소규모 시스템을 위한 모델이었던 초기의 인터넷은 사용자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해지자 태생적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소수 집단 및 단체들의 통신을 목적으로 했던 초기 인터넷에서는 IP주소가 고정돼 있어도 충분하지만 현재와 같이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인터넷에서는 고정된 IP주소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미래인터넷 연구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수리·물리적인 기초 이론에 기반을 두고 미래인터넷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론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다. 복잡계는 멱함수(로그) 분포를 따르기 때문에 종 모양으로 나타나는 정규분포 그래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규분포에서처럼 평균치의 링크를 거느린 노드(단말기의 접속점)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의 링크를 거느리고 있는 노드들이 예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한 노드에 수많은 링크가 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잡한 관계를 맺고 통신하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복잡계의 여러 패턴들이 나타난다.

부분만 보았을 때는 드러나지 않던 패턴이 드러나고 관계가 불균등해지는 복잡계의 특성은 인간 사회에서도 드러난다. 복잡계 이론만으로 미래인터넷 설계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이론은 미래인터넷을 종합적 측면에서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김대열 미래인터넷 네트워크개발 연구책임자는 “미래인터넷은 기계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산물인 인터넷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인터넷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분석틀인 복잡계 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또 그는 “이러한 고려가 수반돼야 사용자의 특성, 트렌드, 감성을 반영해 완전한 미래인터넷 개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복잡계 이론을 통해서 미래인터넷의 상을 그려보는 시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네트워킹 기술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는 미래인터넷=미래인터넷 구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이론적 틀 위에서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획기적인 ‘네트워킹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중심 네트워킹’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는 기존의 서버중심 네트워킹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콘텐츠를 중심에 놓는 기술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목적은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얻는 것이다. 이에 착안해 사용자가 서버에까지 접속해야 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서버뿐 아니라 라우터에도 콘텐츠를 저장한다.

라우터는 인터넷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서버와 서버 사이의 길목 곳곳에 있는 안내 장치다. 현재 라우터는 사용자가 보낸 정보를 다음 라우터에 전달하며 정보가 서버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역할만 한다. 이같은 방식에서는 같은 콘텐츠를 원하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하나의 서버로 몰리고 서버는 같은 데이터를 일일이 사용자들에게 전송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중심기술은 라우터를 새롭게 ‘진화’시킨다.

삽화: 김태욱 기자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서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서버가 아닌 사용자에게 가까운 라우터들에 부여해 콘텐츠를 분산시킨다. 사용자를 서버로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콘텐츠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기덕씨(컴퓨터공학부·박사과정)는 콘텐츠 중심 기술에 대해 “사용자는 원하는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 기술은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맞춤 서비스까지, 폭넓은 미래인터넷 연구=미래인터넷은 단순히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원에서 바라봄으로써 사용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미래인터넷이 지향하는 바다. 주목되는 예로 ‘상황인지 기반(Context Awareness)’서비스가 있다. 상황인지기반서비스는 사용자가 처해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정보로 활용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하다가 잠이 들면 시스템이 알아서 현재 시간, 장소, 사용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컴퓨터를 끄고 수면을 위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인터넷을 통해 상황정보들을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이 기술의 목적은 사용자의 통제 없이 시스템이 자동으로 현재 상황에 맞게 작동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명령 지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거리에서는 무선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지금, 전화선을 통해 PC통신을 하던 그때를 상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라도 ‘미래인터넷’이 일반화돼 지금을 돌아보며 같은 기분을 느낄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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