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과 중앙도서관 사이에 놓여있는 넓은 광장, 아크로 폴리스(아크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1975년, 관악 캠퍼스가 생긴 이후부터 아크로는 군부 독재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장이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진보담론의 성지'였다. 권력은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헌신하던 학생들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지만 그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크로에 모였다.
그러나 오늘의 아크로는 텅비어있다. 새로운 공동체를 고민하기 위해 선거를 준비하자고 외쳐도,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법인화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외쳐도, 사회적 약자들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자고 외쳐도 학생들은 더이상 아크로에 모이지 않는다. 아크로에 학생들의 열정이 불타오를 때는 오직 축제에 유명 연예인이 올 때 뿐이다. 이제 아크로에서는 어떤 이야기도오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아크로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사진들을 모았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아크로가 어떤 존재인지, 과연 지금 우리는 광장을 주인답게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통일의 염원이 서린 광장, 아크로
1987년 6월 민주화 혁명의 성공 이후 아크로에는 여러 진보 담론이 터져나왔지만 이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역시 통일 담론이었다. 위 사진은 1992년 5월 열린 故 조성만 열사 4주기 추모식의 장면이다. 조성만 열사는 1988년 5월 명동에서 조국통일을 외치며 할복 후 투신자살했다. 그 뒤로 학생들은 조성만 열사의 넋을 기리고, 그의 유지를 이어 통일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