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부터 △전기·컴퓨터공학부 △물리·천문학부 △교육학·윤리교육과군 △의류·식품영양학과군의 신입생 모집단위가 학과로 분리된다. 기존의 모집방식이 상이한 학과를 임의로 통합한 것이기 때문에 학사관리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불필요한 학점경쟁만 야기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단과대는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도입 당시부터 뜨거운 논란이었던 모집단위 광역화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집단위 광역화와 학부제 모집에 대한 논란은 30여년전부터 시작됐다. 서울대는 1974년 ‘대학교육 개선을 위한 실험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처음으로 모집단위를 광역화했다. 이후 10년간 계열별 모집제도가 시행됐으나 학과 소속감 저하와 인기학과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해 결국 서울대는 1984년 학과제로 복귀했다. 1996년 학부제로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나 몇몇 학과가 이에 반대해 △공대 △자연대 △농생대 △인문대만 학부제로 변경됐다.

다시 본격적인 광역화가 이뤄진 것은 2002년부터다. 1998년 서울대는 BK21 사업 지원을 조건으로 학부제 시행과 모집단위 광역화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2002학년도에 신입생 모집단위를 광역화했다. 광역화 시행 이전 학장단은 특정 학과에 학생이 편중되고 소위 ‘비인기학과’가 고사될 것을 우려하며 이를 적극 반대했으나 서울대는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사업지원의 감축을 우려해 예정대로 광역화를 추진했다. 2003년부터는 기초학문 고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예약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학과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학부제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학부제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 쟁점은 학과 편중 문제만이 아니다. 교수와 학생은 광역화가 도입되면 △학점 경쟁 심화 △학과소속감 저하 △학사지도 부족으로 인한 부적응 △전공교육 약화 등의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광역화 실시 이후 이러한 문제는 현실화됐다. 여러 단과대가 학점을 기준으로 학과를 배정해 원하는 학과에 진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났으며 이로 인해 점점 심화된 학점 경쟁은 현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성가해씨(교육학과·10)는 “입학할 때 희망했던 학과에서 공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전공진입 때문에 많은 학생이 학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학부제의 이러한 문제점은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학과제 전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부제가 반(班)체제와 오랫동안 얽혀있기 때문이다. 학과제가 학부제로 전환됨에 따라 전공진입 이전까지 신입생이 소속해 활동하는 반이 생겨났고 반은 신입생이 처음 접하는 중요한 공동체로 정착됐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하에서는 학생들이 반과 학과라는 서로 다른 소속단체에 각각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소속감이 모호해진 상태이며 학생들의 학과 진입 시기가 서로 달라 학과 소속감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범대의 한 학생은 “사회교육계열과 과학교육계열은 반을 배정할 때 지망 학과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소속 반과 다른 과에 진입할 경우 양쪽 모두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반은 학사행정상의 공식적 단위로 인정되지 않아 단과대 측과 단과대 학생회 사이 갈등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문대 학생회와 학장단은 기존의 15개 반체제와 새로운 6개 반체제를 두고 대립했으며 지난 2월에는 사회대 또한 반 학생들이 과방을 사용하는 문제로 인해 학생들과 학장단이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반체제 논란에 휩싸인 경험이 있는 인문대와 사회대는 학부제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학과제로 전환하기보다 개선 방안을 통해 최대한 학부제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문대 이주형 교무부학장은 “학부제는 학생들이 각자의 분야 외에도 문·사·철 전반의 이해를 기반으로 포괄적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학부제 유지와 함께 시행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고질적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입생을 위한 체계적인 학사지도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부제를 시행하는 단과대는 반마다 지도교수를 배정해 신입생을 지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교류는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고지현씨(인문계열2·10)는 “1학년 때 지도교수님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학부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긴밀한 지도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제와 학과제 사이의 논란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 지금처럼 학부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집단위를 광역화할 때 목표했던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부제와 학과제는 각자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광역화 논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일률적 모집단위에서 벗어나 각 학과에 알맞은 학사조직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면 비로소 지난했던 광역화 논쟁도 그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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