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법정에서 사회 통념처럼 적용해오던 법률로, 인종을 구분할 때 단 한 방울의 흑인 피만 섞여도 유색 인종으로 구분한다는 법률이다.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는 이 한 방울 원칙과 닮은꼴이다. 많은 사람들은 혼혈인을 같은 한국인으로 생각하는 데는 거부감을 느끼면서 하인즈 워드와 같이 성공한 인물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여기고 싶어한다. 또 같은 혼혈 아동이라도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의 부모를 가진 아동들이다.

다문화 가정이란 서로 다른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총칭한다. 2000년대 이후 출산률 저하와 국제결혼 급증에 따라 다문화 가정이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여성과 한국 남성 사이의 자녀를 일컫는 ‘코시안’들은 10년 후 약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문화 가정을 보유한 경기도에서는 무료 상담, 통역, 보육료 지원 등에 12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책은 체계성이 없고 1회적인 서비스 차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다양한 지자체 혹은 단체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그 내용이 체험 행사, 고향 방문 등 일시적·단기적 대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속한 아동은 외모로 인한 차별 이외에도 가정 형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대부분 사회문화적·경제적으로 이중의 소외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 고착된 양극화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학업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와 같이 부모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소외 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다문화 가정 지원책은 그들이 단순히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경제적 자립에서 나아가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차원의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은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에게만 국한돼서는 안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은 그들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한국인의 변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문화 가정에 속한 아동이 학교 교실에서 한국인은 단일 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순혈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인들에게 단일 민족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다원화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회임에 틀림없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새하
(체육교육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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