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상출판사는 그림책 전문잡지 「그림책상상」을 창간했다. 그림책이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그림책상상」의 발걸음은 오늘도 분주하다. 편집장 김수정씨를 만나 그림책에 매료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림책 전문잡지 「그림책상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을 전후해서 단행

사진: 하태승 기자
본 그림책이 출판되기 시작했으니 그림책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그림책을 다루는 매체 역시 마련돼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그림책의 동향과 세계의 추세, 그림책 문화가 온전히 뿌리 내릴 수 있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민 등을 한 곳에 모을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끝에 2005년부터 참여했던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얻은 다른 나라들의 그림책과 문화를 먼저 소개하면서 「그림책상상」을 출간하게 됐다.


◇매 호 「그림책상상」에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그림책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터뷰를 하고 정보를 모으면서 인상 깊은 일도 많았을 것 같다=4호의 1920~30년대의 러시아 그림책 특집을 준비하던 때의 이야기다. 스탈린이 정권을 잡기 전 10년동안 러시아 지성인들이 어린이 교육 진흥을 위해 그림책을 활발히 출판했는데, 이것이 이후 세계 현대 그림책의 한 기틀이 됐다. 취재 당시 일본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 러시아 그림책을 수집하는 누마베 신이치씨와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 회장을 지냈던 시마 타요씨에게 받은 감동이 여전히 생생하다. 특히 누마베 신이치 씨는 도쿄역 앞 카페에서 만났는데 그림책을 가득 담은 큰 보따리 두개를 어깨에 이고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인터뷰가 밤 11시에도 끝나지 않자 다음날 자기 집으로 다시 찾아오라는 제안을 해 주셨다. 일본에서는 이 분야에서 저명한 분이셨는데도 한국의 작은 매체에게 보여준 그분의 순수함과 열정은 나에게 자극이 됐다.


◇활동상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전문잡지다보니 아무래도 재정에 관한 어려움이 많다. 비용 상의 제약에 걸려 여전히 소규모 인원으로 잡지를 만든다. 규모가 크면 정보를 모으고 전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쉽다.


◇「그림책상상」은 그림책이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림책이 하나의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상업주의의 영향으로 천편일률적 경향을 보이는 그림책이 많은데 우리 그림책만의 가치관의 정립과 그 표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외국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표현의 문제나 주제의식에 대한 담론이 취약하다. 프랑스에서 아동 문학으로 분류된 도서가 독일에서는 성인 도서로 분류되는 등 각 나라마다 그 도서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문화가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선 우리의 가치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 그림책은 유일하게 성인과 유아 혹은 아동이 함께 보는 도서로 독특한 독자 대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성인과 아동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그림책이 많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개 그림책 독자를 아동으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아 그림책이 어린이의 전유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려 할 때에 비로소 그림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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