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997년 이후 창업된 회사 중 매출 1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회사는 웅진과 NHN, 단 두곳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구글에 이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벤처기업이 연이어 등장한다. 대만의 HTC, 아수스와 같은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학신문』은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제도 없이도 기본을 지키며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능케 한 시장의 사례들을 돌아봤다.

지난해 여름 애플 협력업체 직원의 납품 경험담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애플은 계약을 시작할 때 협력업체를 실사하거나 기술의 핵심인 부품도면, 거래처 목록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애플이 요구하는 것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 낼 능력이 있는지 여부뿐이다. 또 매주 발송하는 설문메일(Content Refresh)을 통해 원가와 회사 사정에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한다고 한다. 6개월 전에 미리 구매예정수량을 알려주는 것도 국내 대기업과 다른 점이다. 불가피하게 수량을 줄여도 3개월 전에 메일을 통해 양해를 구한다. 일주일 단위로 구두주문을 하면서 납품단가를 깎는 국내 대기업과는 천지차이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자동차의 부품업체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독일의 자동차공업협회(VDA)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 협력을 위한 협회지침서(지침서)’를 만들어 산하 자동차 관련 업체들에게 제공하고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침서는 완성차 업체가 제품개발단계부터 미리 납품예정업체와 기술 및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부품가격에 대한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일단 계약이 성립된 다음에는 부품단가를 추가로 인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상급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통해 힘이 약한 개별 중소기업들의 의견 반영이 가능해진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와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으로 ‘성과공유제’도 조명을 받고 있다. 목표치를 초과한 영업이익을 포괄적으로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와 달리 성과공유제는 협력 중소기업이 원가절감이나 기술개발에 기여해 이익을 낼 경우 그 성과를 돌려주는 제도다. 1959년 일본 도요타가 처음 도입한 성과공유제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델파이 등 미국, 유럽 기업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84개 기업이 시행 중이다. 성과공유제는 혁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기술 투자와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관계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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