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국가 신재생에너지 정책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태가 불거지며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다시 제기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집중 재조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일찍이 기후변화 현상과 2004년부터 시작된 신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그 관심과 요구가 증대돼 지난해 10월 정부는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 도약’을 기치로 민관합동 총 4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학신문』은 최근 집중 조명되는 신재생에너지의 실체와 그 실상에 대해 살펴봤다. 

◇신재생에너지의 실체=‘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구체적 실체보다는 그 목적을 드러내는 명칭이었던 ‘대체에너지’는 이제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2004년 제정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정의한다. 신에너지에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액화 및 가스화 에너지가, 재생에너지에는 △태양열 △태양광 발전 △풍력 △바이오매스 △폐기물에너지 △지열 △해양에너지 △소수력(小水力)이 해당된다.

등장 배경과 맞물려 ‘지속적이고 청정한 에너지’를 표방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그 취지와 우리의 인식만큼 무한정 지속 가능하고 청정한 것일까?  「신재생에너지법」에서 일컫는 신재생에너지를 모두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분류하긴 어렵다. 일례로 신에너지 중 하나인 ‘석탄액화 및 가스화 에너지’는 석탄을 액화 혹은 가스화하여 얻어지는 에너지다. 석탄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원료 고갈의 상황을 피할 수 없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체계를 위한 미래에너지원’이라는 신재생에너지의 전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청정성의 문제 또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재생에너지에 속하는 ‘폐기물 에너지’는 사업장 또는 가정에서 발생되는 가연성 폐기물 중 에너지 함량이 높은 폐기물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재생가능한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생산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폐기물 에너지의 대부분은 ‘산업 폐기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상현 교수(경북대 행정학부 에너지정책전공)는 “우리나라에서 폐기물 에너지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은 여수화학산업단지가 있는 전남”이라며 “대부분 석유에서 나오는 폐가스를 불태워 생산한 에너지가 기존 화석연료에너지와 다른 청정 에너지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생가능한 도시폐기물만을 인정하는 국제기준을 반영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될 수 있을까?=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며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자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국내 기술 수준이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70%~90% 수준에 달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아주 긍정적인 지표만을 활용한 결과로 실제 기술 수준은 훨씬 미약한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혁수 신재생에너지 연구실장은 “분야마다 기술 수준이 다르긴지만 풍력발전 같은 경우는 외국의 것을 조립해서 파는 정도의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원전 사태로 원전 대체 에너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신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 원전 발전량 비중은 현재 40%에 육박하고 이를 신재생에너지가 따라잡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발표한 「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서 2008년 2.5%이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5년까지 4.3%, 2030년까지는 11%를 달성하도록 설정했다. 하지만 허은녕 교수(에너지자원공학부)에 따르면 현재의 2.5%라는 통계도 잘못된 산정으로 얻어진 과장된 수치다. 허 교수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총량의 75%는 폐기물 에너지가 차지”한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화석연료인 석유나 석탄의 정제과정 중 나오는 공정상 부산물인 폐가스를 모두 재생에너지원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이미 석유·석탄의 에너지통계에 들어간 것을 중복 계산하는 오류를 지적했다. 이러한 통계상의 문제점을 수정할 경우 제대로 된 통계치는 절반인 1%대로 줄어들게 되고, 2030년까지 11%의 보급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허교수는 일부에서 일고 있는 원전 완전 대체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했을 때 온 국토를 태양광패널, 풍력발전기 등의 발전시설로 뒤덮지 않는 한 원전만큼의 에너지 생산은 불가능하다”며 원전을 완전히 대체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신재생에너지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위해서는 미비한 기술의 확충이 일차적 과제로 제기된다. 독일, 스페인, 미국 등 기술을 선점한 여러 나라들은 꾸준히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듯 확연한 기술 수준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우리는 기술 선진국들을 따라가는데 조바심 내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자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한다.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기술도 초반에는 수입한 것이었던 것처럼 기술투자비용도 재생 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에 지불해야할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기술 유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해외협력방안, 산업과 R&D 투자방안 등의 정책적 뒷받침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분산성’에 주목한 정책이 필요하다. 윤교수는 “조력 발전과 같은 대규모 시설은 환경친화성을 무시해 재생가능 에너지의 바람직한 형태가 될 수 없다”며 여러 군데에 분산돼있는 신재생에너지자원의 특성을 고려해 소규모 발전의 형태로 발전소를 분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교수는 또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이 지나치게 많고, 단열 시설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시설이 미비하다면 태양광 발전 시설도 큰 소용이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에 대해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에너지구조 변혁에서 야기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에너지를 추구할 수 있는 의식수준의 신장이 이뤄져야 하고, 더불어 국민들도 함께 바람직한 에너지정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에너지 공급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9회’에 다다랐을 지도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는 실력 좋은 ‘구원투수’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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