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마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불교편)

지난 6일(수) 인문대 교수회의실(7동 304호)에서 “마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회에는 김성철 교수(동국대 불교학과·사진 왼쪽)의 ‘용수의 중관학으로 분석한 마음’과 안성두 교수(철학과)의 ‘마음의 작용과 잠재성: 불교 유식학의 알라야식 개념의 형성과 그 의미’가 발표됐다. 70~80여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 김남두 교수, 정호근 교수, 정원재 교수, 강진호 교수 등 동·서양 철학을 막론한 여러 분야의 철학과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 승려들이 참석했다. 특히 인도 및 불교철학과 관련해 타대학에서 공부 중인 많은 승려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승려는 “일찍이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이고 이번 강연을 통해 마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각 사상가들의 입장을 집약적으로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참석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사진: 서진수 기자

김성철 교수는 중관학파의 개창자이자 ‘제2의 부처, 대승불교의 아버지’인 용수가 분석한 마음에 대해서 조명했다. 대승불교는 초기불전에 나타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교조적으로 신봉해 가르침의 원래 목적을 망각한 소승불교에 대한 비판자로서 등장했다. 대승불교의 법공사상에 따르면 소승불교에서 정리한 교학체계들은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가기 위한 ‘뗏목’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

개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주장을 논증하는 학문이 바로 용수의 중관학(中觀學)이다. 중관학은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다”는 환멸연기(還滅緣起)를 논리적 토대로 삼는다. 이에 따르면 “비가 내린다”는 표현은 ‘의미중복의 오류(증익방, 增益謗)’에 빠진다. 왜냐하면 비가 없으면 내림이 없고, 내림이 없으면 비가 없기 때문이다. 즉 비라는 주어는 이미 내림을 갖는데 술어에서 다시 내린다는 표현을 써 의미가 중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관논리에 따르면 마음은 어떻게 분석될까. 우선 분석하려는 개념과 연기적으로 짝을 이루는 대립개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방을 큰 방이라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작은 방을 염두해 둬야 한다. 작은 방이 없으면 큰 방이 없고, 큰 방이 없으면 작은 방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음과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몸을 설정하면 “마음이 없으면 몸이 없고, 몸이 없으면 마음이 없다.” 따라서 몸과 마음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를 갖는다. 마음과 몸이라는 개념은 독립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의 생각이 없는 것을 있다고 전제하는 오류를 범해 “마음과 몸은 같은가, 다른가”와 같은 허구의 물음(pseudo problem)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어떻게 마음의 변화가 몸의 변화를 일으키는가”라는 현대 심리철학의 난제인 “심적 인과의 문제”도 중관학에서 보기엔 마음과 물질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한 허구의 의문인 것이다.

안성두 교수의 발표에서는 유식학(唯識學)이 바라본 ‘마음’의 본성이 드러났다. 대승불교이지만 중관학과는 상이한 접근법을 가진 유식학은 우리의 마음인 (의)식(識)에 근거해 세상만사를 설명한다. ‘식’이란 보통 의미하는 마음인데 유식학은 식을 안(眼)식, 이(耳)식, 비(鼻)식, 설(舌)식, 신(身)식, 의식의 6식과 제7식 마나스식, 제8식 알라야식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알리야란 “어디에 달라붙어 있는 것”, “무엇이 잠재적으로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알라야식은 6식의 밑바닥에서 부단히 지속하는 가장 근원적인 마음이다. 알라야식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업들이 모여 있는 잠재의식으로 우선 신체에 달라붙어 이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업의 전달과 윤회의 주체로서 설정된 알라야식은 마치 씨앗처럼 인간의 신체, 표층의식, 잠재의식 등 모든 식들을 포함해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알라야식에 의해 지금 흐르고 있는 마음은 이미 과거의 행위에 의해 축적된 결과로서 발현된다. 사과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것도 과거의 인연·업과가 알라야식에 저장돼 있다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마나스식에 의해 알라야식을 고정된 자아의식으로 파악하는 잘못을 저지르지만, 유식학은 알라야식을 흐름으로 파악해 자·타의 분별을 부정한다.

강진호 교수는 “현대 심리철학의 물리주의적인 견해로 ‘마음’의 문제에 대해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많다”며 “서양철학과는 다른 인도 및 불교철학의 관점이 지적 자극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철학사상연구소가 주관하는 “마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상반기 두번째 강연이다. 철학사상연구소는 1989년에 설립돼 동서의 철학사상을 연구하고 학제간 연구를 장려해왔으며 지난해부터 “마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공개 철학 강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에는 총 7회에 걸쳐 칸트, 라이프니츠, 프로이트, 니체, 메를로-퐁티 등 대표적 서양 철학자 16명이 바라 본 마음의 본성에 대해서 백종현 교수, 강상진 교수, 윤선구 교수, 김기현 교수 등(이상 철학과)이 강연했다. 철학사상연구소 소장 조은수 교수(철학과)에 따르면 “서양철학에서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식이 어디서 발생한 지가 주요 쟁점이었지만, 동양철학에서는 왜곡된 인식의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며 “작년과는 다른 관점에서 풍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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