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연구대원
남극세종과학기지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남극. 이른바 세계 4대 극한마라톤이 열리는 사막이다. 일주일 동안 하루 9리터의 물과 숙박용 텐트를 제외한 모든 식량과 취침장비, 의복 등을 짊어지고 250km를 달려야 하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이 중, 남극 마라톤은 앞선 3개의 대회를 모두 완주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질 만큼 힘들고 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남극에서만 유일하게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고 남극 연안의 배에서 잠을 잘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데, 야외 활동 그 자체가 생명의 위험이 될 정도로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와 추위는 참가자들을 더욱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어 완주를 어렵게 한다.

 단 며칠의 짧은 체험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남극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100년 전, 남극점을 정복하면서 지금은 29개국 76개의 상주 연구기지가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남극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인간이 아니면 시도하지 못할 일이다.

캠퍼스에 봄꽃 향기가 가득하고 새 학기를 맞이한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에는 이른바 성공한 대학생이 되기 위한 꿈과 각오로 가득할 것이다. 학점은 물론 자격증, 공모전, 해외봉사, 교환학생, 인턴쉽, 소개팅까지. 빼곡한 다이어리만큼이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초조함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여러분은 이 시대의 진정한 희망이다.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는 언제나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듯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노를 젓는 여러분은 진정 멋지다.

여러분이 오지도 않은 내일을 고민하기보다 현재를 즐기고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캠퍼스는 보물섬과 같아서 갈구하면 뭐든지 얻을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신청한 라디오 음악이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예상치 못한 노래에 행복을 느끼며 몸을 흔들어 보자. 밥 잘 먹고 틈틈이 운동하고 학교에서 열리는 특강에 열심히 참여하고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매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계적인 성능에 쓰여야 할 스펙이란 단어가 학생들에게 적용되면서 젊음다운 열정이 사라지고 냉풍이 불고 있지만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뜨겁다. 하늘의 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발밑의 꽃도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그대들이다. 1과 0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컴퓨터지만 그 전압이 항상 ON과 OFF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중간 전압이 여러분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결국은 나 밖에 믿을 수 없다며 더욱 높은 성을 쌓아 세상에 입성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도리어 그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여러분은 확실히 건강하다.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사람에 의해 꿈을 찾고 희망을 거는 여러분은 자신감에 차 있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장미가 가득할 캠퍼스의 4월,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함이 자리하고 도전과 열정이 번지길 기대해본다. 잘하고 못하고는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결정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본인도 남극생활을 마치고 언젠가 세계 4대 극한마라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어떤가, 함께 달려보지 않겠는가. 남극의 펭귄과 빙하를 바라보며 여러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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