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과
서울대 기초교양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학생으로서 지녀야 하는 기본적 소양, 자신의 일과 삶을 잘 가꿔나가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필수적 자질을 키우는 교육이 바로 기초교양교육이다. 그런데, 서울대의 기초교양교육은 그것을 ‘생각하는 능력’을 위한 교육에 한정시켜 바라보는 것 같다.

기초교양교육의 목적을 살펴보면, <분석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능력과 이를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 복잡한 것을 명료하게 환원하는 능력, 반성적 사고를 하며 이를 정연하게 표현하는 능력, 도덕적 판단력, 대안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사태의 이해로부터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능력,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며 새로운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등 거의 전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위주로 나열돼있다.

대학생에게 분석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만이 큰 배움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기초교양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학생으로서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과 함께 다양한 측면의 자질과 소양이 요구된다. 온전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성만이 아니라 감성, 덕성, 영성 그리고 건강을 위한 체성까지도 골고루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에서는 머릿속 능력만이 기초소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낭패를 당한 이웃나라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보이는 것, 아름다운 색채와 음률에 가슴 저 안쪽으로부터 감흥을 느끼는 것,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크고 근본적일 수 있음을 감지하는 것, 그리고 공원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간이 농구시합을 할 수 있는 것, 이런 일들을 위해서는 분석과 환원과 논리의 사고능력은 거의 필요치 않다. 이런 일은 지능이나 지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지력을 지닌 젊은이들이 모인 우리 서울대 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한 기초능력은 따뜻한 마음, 심미적 정서, 건강한 신체 등이다. 이런 것들이 입학 전 십 수 년 간 문제풀이와 논술쓰기에 경도된 우리 학생들의 소양과 자질을 더 심화시키고 확장시켜 보다 더 큰 배움으로 이끌 수 있는 기본자질이다. 사람의 지능에는 언어, 수리지능만이 아니라, 음악, 운동, 대인, 자기성찰, 공간, 자연친화 지능 등이 존재한다는 다중지능의 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학생들이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사고능력만이 아닌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사고능력 이외의 자질을 키워낼 수 있는 기초교양 강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사고능력위주의 기초교양교육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자는 음악을 듣고 사흘 밤낮을 황홀경에 빠질 줄 알았으며, 플라톤은 도시국가대항전까지 나가본 레슬링 선수였다. 역사상 큰 배움을 이룬 사람들은 사고능력만 뛰어난 이들이 아니었다. 비전을 지니고 삶을 이끌어나가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리더는 글쓰기나 말하기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문화, 종교 등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느끼고 즐기고 표현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사람이었다.

서울대가 국제적 리더를 키워내는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초를 갖춘 예비전문인력들을 키워내야 한다. 그런데 글로벌 리더는 학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큰 배움을 지닌 리더는 전인적 소양을 필요로 한다. 국립법인화를 통해 환골탈태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기초교양교육이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과 가슴과 손발까지도 가다듬어줄 수 있는 진정한 소양교육으로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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