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는 컴퓨터가 2대를 넘어서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옮겨 다니며 작업할 때 USB를 쓰거나 스스로에게 메일을 보내야 했다. 파일을 옮기다 보니 USB를 계속 잃어버리고 메일함에는 내가 보낸 메일이 쌓여갔다. 그래서 하나의 컴퓨터에 파일 저장하기를 그만두고 계정을 가지고 있던 구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문서는 직접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해 작성했고 개인용 컴퓨터에 파일을 직접 저장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덕분에 인터넷만 된다면 파일이 열리지 않는 일은 없었다. 괴로움이 사라졌다.

결국 많은 문서를 구글 서버에 넘기고 편리를 얻었다.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구글 서버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늘어났다. 휴대전화 주소록은 G메일 주소록에, 일정은 구글 캘린더에 동기화 됐다. 구글 리더로 RSS 피드를 구독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흘려보내고 구글 서버 하나에 내 생활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 담아뒀다. 길게 설명했지만 요약하자면 지금 나는 구글을 통해 초보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즐기고 있는 것, 즉 구글을 은행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맡기고 찾는 것처럼 정보를 맡기고 찾는다. 은행에 예금을 하는 이유는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편하고 안전하다고 믿기에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불안하긴 하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에서 7,7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서버가 해킹 당했다고 한다. 신용카드 번호를 비롯한 많은 정보가 빠져나갔다고 했다. 구글 서버가 절대 뚫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USB를 들고 다니던 시절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유출되면 삶이 괴로워질만큼 중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엔 유출되면 안될 정보를 가진 개인과 집단이 많다. 보안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에 정보를 옮기지 않을 사람들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충분한 신뢰가 없다면 이 산업은 활성화될 수 없다. 지금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만든 기업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더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환경 도입으로 가능해질 생산성 향상이 미뤄진다는 것이다. 허술한 보안 때문에.

한국에서도 현대캐피탈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고 농협 전산장애로 고객들이 피해를 입는 등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사한 사고는 과거에도 이미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기업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해달라는 집단소송을 냈음에도 법원에서는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들은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았고 해킹은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업을 지지하는 법원 판결의 근거였다.

맞는 말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보안에 보다 많은 자원을 사용해 ‘개인정보 유출’ 소식은 그만 듣게 해줘야 한다. 유출된 개인정보 때문에 당할 소송에서 이겨 보상금은 내어주지 않더라도 유출이 계속되면 결국 새로운 사업 영역과 생산성 향상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박정근
(경제학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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