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으로 통하는 워싱턴 D.C.. 정사각형 모양으로 정비된 이곳의 북서쪽은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늘어선 조용한 외교가(街)다. 나른한 평일 오후, 얼마 되지 않는 행인과 대사관을 지키는 경비원들만 드문드문 눈에 띄는 한적한 이곳에 색색의 옷을 입은 수상쩍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3월말 발표된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는 한일 양국의 관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독도에 대한 진실을 알리겠다고 한국을 뛰쳐나온 우리 독도레이서는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준비해둔 피켓과 현수막을 앞세운 우리들은 이곳 워싱턴 지역에서 만난 독도수호대책특별위원회 분들과 함께 일본 대사관 앞에 섰다.

가장 중요한 순서는 물론 최근 사태에 대한 독도레이서의 입장을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대원들 가운데에 선 리더가 함께 고심해가며 작성한 성명서를 차분히 또박또박 읽었다.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할 양국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독도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며 운을 뗀 두장 분량의 성명서. 갈수록 악화되는 독도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 독도가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잡길 바라는 소망이 목소리에 녹아있었다.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권리를 다시 한 번 천명하고 일본의 사과와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이 자리는 ‘독도레이서’인 우리에게 처음의 각오를 다지고 마음을 다잡는 자리이기도 했다.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고 알리는 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라는 성명서의 문구는 우리가 처음 독도 알리기에 뛰어든 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촐한 시위였기에 이렇다할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일본 대사관에 전달하려 했던 독도 티셔츠와 성명서도 경비원의 완강한 반대에 밀려 전해지지 못했다. 그러나 독도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길 원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8월에 세계일주를 마무리하며 방문할 일본에서는 독도레이서 활동의 결과가 독도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워싱턴에서의 열흘을 마지막으로, 독도레이서의 첫 활동지인 북미에서의 일정도 끝났다. 지난달 우리는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페루 리마로 날아가 남미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일정을 시작했다. 소중한 경험과 인연이 가져다 준 자신감 덕분에 미지의 세계로만 느껴지는 남미로 향하는 길도 어쩐지 두렵지 않았다.

김은열 『대학신문』 객원기자
(사회교육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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