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기자
취재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법인화에 대해 말해줄 취재원은 많을 것 같았다. 아니, 많아야 했다. 학내 구성원 어느 누구도 법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연천 총장은 지난달 담화문을 통해 학내 구성원과 대화하겠다고 직접 약속하기도 했다. 본부가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법인화를 적극 추진해온만큼 법인 서울대에 대한 나름의 청사진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법인화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법인설립준비위원회 15명 중 선뜻 인터뷰를 수락한 위원은 한사람뿐이었다. 대화를 하겠다던 총장은 당장은 인터뷰가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어렵게 듣게 된 이야기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였다. 본부 측에서는 법인화의 가능성만을 논할 뿐 가능성을 실현시킬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법인화 이후의 서울대는 총장 개인의 ‘수완’에 맡겨질 운명인 것이다. 현재 법인화에 대한 구체적 안은 전혀 수립되지 않은 상태며 분과위원장들도 이제야 분과별 의제를 겨우 파악하고 있는 수준이다. 기초학문도, 등록금도, 법인화에 반대하는 이들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잘 될 것이다”, 단 하나였다. 단순히 구성원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법인화를 직접 추진하는 본부의 입장이 이렇다보니 학내 구성원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각 단과대 및 부속기관과의 통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은 “우리도 법인화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오히려 당사자 쪽에서 법인화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두달이 넘는 기간 동안 취재했음에도 법인화는 그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장밋빛 미래상이 제시되지만 법인화가 어떻게 그러한 미래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본부는 왜 법인화를 해야 하는지, 법인화가 정말 장밋빛 미래를 이끌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법인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법인화를 추진하는 것은 서울대의 미래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이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세다. 지금이야말로 구성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서울대의 미래는 100명 남짓의 위원들끼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본부는 구성원과 정보를 공유하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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