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
경제학부
밀턴 프리드만(M. Friedman)을 비롯한 신고전학파 학자들이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강조한 이래, ‘작은 정부론’은 곱지 않은 시각으로 신자유주의라고 이름 붙여진 채 그저 이기주의적인 사고의 산물로만 여겨지기 일쑤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제시되고 논쟁이 활성화된 사회가 건전한 민주주의의 상징이지만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하며 발전적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려면 우선 왜 작은 정부가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신고전학파가 정부개입이 원래 취지와 달리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정부는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무원과 정치가의 동기(incentive)에 의해 영향 받기 때문에 중립적인 개체(neutral body)로 남아있기 어렵다”는 기초적인 진리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징수한 세금 이상의 가치를 서비스로 창출할 수 있을 때 효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세금을 걷지 않는 편이 국민과 소비자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개입 주체인 공무원, 정치인들의 동기가 정책 방향 및 예산 활용에 영향을 미칠수록 그 비효율성은 심화된다. 밀턴 프리드만은 약품 시장에서 손해배상 제도와 시장경쟁원리를 통해 새로 출시된 신약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이 제약회사에 충분히 부과될 수 있다면 제약회사가 신약을 출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검증할 유인이 충분함에도 정부가 직접 개입해 비효율성이 심화되는 예를 들고 있다. 미국 식약청(FDA)의 경우 신약 출시를 미뤘을 때 받는 질책에 비해 섣불리 허가해 줬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돌아오는 책임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은 인허가에 비효율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약이 필요한 소비자의 권리는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책입안자의 책임회피는 포퓰리즘으로, 정부의 비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재정고갈이 예상되는 국민 연금에 대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개혁은 외면하고, 아직은 투표권이 없는 후세에게 부담을 물려주자는 전략이 지배적이다. 사교육이 팽창한 이유가 정부 주도의 공교육 체제에서 채울 수 없는 수요 때문임은 애써 외면하면서 공교육 실패를 사교육 탓으로 돌리며 사교육 규제라는 추가적인 개입을 모색한다. 오폐수 불법 방류에 대해서도 적발 업체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 될 것을, 솜방망이 처벌규정은 유지한 채 담당 공무원은 TV의 모자이크 처리 뒤에 숨어 예산․인력 부족을 탓하기 마련이다. 와중에 민간에 대한 책임 전가도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이 팽창정책에 있음에도 혹시라도 긴축이 가져 올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까 소신 있는 출구 전략보다는 기름 가격을 내리라고 기업의 팔을 비튼다. 유류세를 내리면 될 것을, 세금을 내리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미온적이며 반면 세금 낭비에 대한 기사들은 신문 지면을 매일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다.

이런 사례들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냥 단편적인 사례들일 뿐이라고, 별 큰 문제들은 아니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없기에 정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국방과 외교와 같은 영역에 있어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런 사례들이 그냥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신고전학파가 우려한 “정부 구성원의 이익이 우선함에 따른 비효율성”이라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답답하고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정부개입, 큰 정부를 옹호하더라도, 최소한 이런 문제 의식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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