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사진부장
어느 오후, 부모님이 이만원을 남겨놓고 나가셨다. 형은 일방적으로 피자를 주문하려고 한다. 이때 내가 일방적인 형의 피자주문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형이 평소에 탐내던 내 시계를 빌려주겠다는 협상의 카드를 내미는 것이다. 둘째로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 형이 조금 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마저도 안 통하면 어찌됐든 간에 형에게 달려들어 이만원을 빼앗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됐고 운영되는 서울대를 정부에 맡겨뒀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를 맡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본부는 법인으로 바꾸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이에 총학생회를 비롯한 많은 학내 구성원이 반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교육과 학문의 공공성이 달려있고 수만명이 이해당사자인 법인화 문제를 어떻게 피자주문 따위에 비할 수 있겠냐만 어떠한 갈등도 이를 해결하기위해선 전략과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는 어떤 전략과 대안으로 법인화라는 깊은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지 묻고 싶다.

 설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된 후 서울대는 법인화를 향해 매일매일 가속도를 붙이며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12월까지 간다면 서울대학교는 법인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본부는 총학생회장의 분과위원회 참여를 권유했으나 총학생회는 분과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법인화를 일면 인정하는 것이므로 참여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법인화에 대해 원천 반대하기 때문에 분과위원회에 들어가 법인화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총학생회의 논리가 이해는 간다. 문제는 총학생회가 내놓는 전략이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분과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총학생회가 내놓은 대안은 ‘법인화 원천 폐기’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법인화의 대안을 찾는 토론회를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총학생회는 많은 법인화 반대 집회와 토론회를 해왔다. 하지만 법인화는 벌써 이만큼 진행됐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홍보도 제대로 안돼서 몇명 오지도 않는 집회나 그들만의 토론회같은 방법으로는 더이상 학교의 법인화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8개월 후면 법인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당장 우리에게 현실로 닥친다. 자칫 임기가 11월에 끝나는 지금의 총학생회가 자존심만 내세우고 이상만을 외치다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법인화가 통과되고 그 무거운 책임과 과오를 다음 총학생회에 넘겨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총학생회는 더 이상 자신들만의 방법과 대안을 고집하지 말아야한다. 지난 2월에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비판글이 스누라이프에 올라와서 다수의 추천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등록금인상에 관련한 총학의 대자보 기재 실수에도 고의적인 조작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게 아니냐는 호된 비판이 이어졌다. 이처럼 의견수렴 없이 이뤄지는 총학의 일방적인 행동에 이미 많은 학생들의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다. 학생들의 대표가 학생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너무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총학생회는 자신들의 틀로 학생들을 이끌어 내면서 자신들의 틀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푸념하지 말고 학생들의 틀로 직접 들어가서 학생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내야한다. 집단적 논쟁과 같은 과거의 형식에 매이지 말고 총학 선거 때처럼 셔틀 줄 앞에서 종이라도 나눠주고 스누라이프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글이라도 올려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펼쳐 나가야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총학생회를 만들려 노력하고, 우리의 대표권을 총학생회에게 위임한 이유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