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분주한 움직임, ‘살아있기’
젊은 작가들의 분주한 움직임, ‘살아있기’
  • 최신혜 기자
  • 승인 2011.05.0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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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아이 윌 서바이브」

오늘날 미술계의 신진 작가들에게 기성 시장으로의 진입은 등용문과도 같은 난관이다. 최근에는 새내기 예술가들이 미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진입로를 터주는 각종 전시가 열려 이목을 끌고 있다. 오는 29일(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리는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도 그 중 하나다.

이번 기획 전시는 대학을 갓 졸업해 전시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작가 15인이 작품을 선보이는 장이다. 전시 타이틀이기도 한 ‘서바이브(Survive)’는 미술계에서 계속 ‘살아 있는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이자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에 대한 의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눈밭에 떨어뜨린 실핀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김효숙의 「실마리」(①,2010).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작은 핀일까, 아니면 삶의 가치 혹은 잃어버린 꿈일까. 작가는 뭔가를 찾기 위해 눈밭을 서성이는 이들의 모습과 인생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우리네 삶의 면면을 대응시켰다. 무채색의 어지러진 형상들은 캔버스의 분홍빛 바탕과 대비돼 더욱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보인다. 사람들 사이를 메운 자잘한 조각들은 한 폭의 추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동시에 입체감을 자아낸다.

두상이 절단된 전신상이 몸을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있는 송아리의 「지각장」(②,2009)은 외부 세계와 내면이 만나는 경계인 몸을 표현한 작품이다. 레진 재질의 매끄러운 질감과 사실적으로 묘사된 신체는 여느 조각상과 다름없이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관객들은 불현듯 어색함을 느낀다. 정상적인 신체 관절의 구조를 거스르고 아무렇게나 구부러져 있는 조각상이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가가 외부와 내면의 접점으로 해석한 몸은 작품 속에서 더이상 물리적 신체가 아닌 자유롭게 유영하는 내면의 의식을 닮아있다.

텅 빈 방 한켠에 입술을 꾹 다문 채 무엇인가 안간힘을 쓰는 한 사람이 있다. 김규리의 작품 「Restriction 5」(③,2008)에는 어그러진 형체로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인물이 그물망에 걸린 듯 뒤엉켜 있다. 번짐과 늘어짐으로 묘사된 인물의 몸부림은 굳어진 그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자 자유에 대한 열망이다. 어두운 색감이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빛이 들지 않는 방안에 인물만을 덩그러니 놓아 인물의 행동을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이들이 본연의 실력을 여과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의 난장이다.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신진 작가들이 고군분투하며 넘어야 하는 미술계 진입장벽을 함께 허물어 나가려 한다. 전시와 연계된 포트폴리오 제작비 지원, 워크숍 프로그램 진행 등이 이런 행보를 돕는다. 오늘도 미술 시장 속 거센 경쟁의 물살을 거스르려는 젊은 작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기 그지없다. 입장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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