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삼거리에 벚꽃의 연분홍보다는 진달래의 진붉음과 새순의 푸르름이 더 진해지고 있는 5월이다. 이 아름다운 5월에 관악사 자치회가 어느덧 23번째 출범식을 하게 됐다. 각종 홍보물들을 이곳저곳에 붙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관악사생들은 ‘아, 출범식이 언제구나’하는 생각보다 먼저 관악사 자치회가 어떤 단체인지, 뭘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관악사 자치회는 23년 전, 관악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자치단체다. 자치회는 사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 뿐 아니라 매달 운영하는 관악사 목요영화제,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모자뜨기 행사, 축제 등을 진행하며 기숙사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중 관악사 자치회의 우선 과제는 먼 타지에서 온 많은 사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불만을 접수해 이를 관악사 운영에 반영하는 것, 사생들의 대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사생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자치회의 고민의 결과로 식당에 화이트보드, 사랑채에 의견수렴 보드를 만들어 관리했으며 BTL동을 포함해 기숙사의 총 거주인원이 약 5천명에 육박하게 되면서 최근 트위터(@SNU_DSC)와 홈페이지(snudorm.org)를 개설했다. 필요할 땐 설문지를 천여장씩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여러 채널들을 거쳐 모아진 사생들의 목소리는 자치회를 통해 식당 협의회나 체력 단련실 협의회, 택배보관소 협의회와 같이 사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회의에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므로 사생 여러분들의 참여가 관악사에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설비 운영 업체의 이익에 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든다거나(시험기간에 BTL식당을 독서실로 운영) 관악사의 식당 및 각종 설비의 서비스를 개선한 것은 이를 원하는 사생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년 많은 수의 사생이 입, 퇴사하는 기숙사에서 각자가 직면할 ‘함께 논해볼 만한 이슈’들이 자치회에 모여 의미 있는 의견이 됐으면 한다. 일단은 출범식에서도 자치회의 연간 계획을 발표한 후 사생들과 함께 관악사를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며 또 아직 기획단계이지만 자치회와 사생 간의 정기적인 만남의 자리 역시 계획하고 있다.

3월에 실시됐던 23대 자치회 회장단 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했기에 회장단의 출범에 대해서 대표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자치회의 잘못이라 고개를 들 수 없는 한편, 자치회에 사생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12일(목)에 900동 가온홀에서 열리는 출범식에서 여러 사생 분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소통’은 어느 한 쪽에서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자치회는 사생 모두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사생 여러분의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

최지영 관악사 자치회장 (인류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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