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숙 교수
독어교육과
선입견이 오해를 낳을 수 있지만
자국 실태 돌아보는 계기될 수 있어
독일인이 구두쇠라는 선입견에서
한국의 자원 낭비 반성해야

현대 사회에서 문화의 개념은 어느 때보다도 중시되고 있다. 외국어 교육에서도 교육목표 대상국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도 습득대상이 되고 이와 더불어 학습자의 언어와 문화까지도 고려하는 추세다. 언어 습득의 최종 목표는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목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학습자 자신이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충분히 알고 이를 상대방에게 잘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 분야 중에서는 특히 각 나라의 민족성에 관한 경험론적인 연구가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언어학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때 한 민족에 관한 선입견 내지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논의도 종종 이뤄진다.
한국인들은 독일인이 일벌레이며 구두쇠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상점 여는 시간도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평균 노동시간이 차라리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독일인들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물·전기·가스·종이 등 자원 분야에서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이를 인색하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낭비없이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여름에 선풍기, 에어콘같은 냉방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대중화돼있지 않다. 겨울에는 지나친 난방을 자제하고 대신 털옷을 하나 더 걸쳐입고 담요를 침실에서 한 장 더 사용하여 난방비를 절약한다. 가족과의 식사 때에도 자기가 먹을만큼만 덜어먹는다. 식기를 한번 세제로 닦고 행구지 않아도 식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근래에는 거품이 적게 나는 세제, 치약 등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공식적인 서신에서는 쓸 내용이 많지 않은 경우 A4 용지보다 크기가 작은 A5 용지를 사용하여 종이를 절약한다. 환경보호면에서 독일이 일찍이 재사용, 재활용 문화를 생활화한 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원전 설립으로 인한 피해, 위험성, 환경오염에 관해서는 이미 1970년도 이후부터 매우 격렬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하이델베르그대학 카페테리아에서는 자기가 먹고자 하는 음식을 원하는 양만큼 선택한 뒤 그 무게에 따라 값을 지불한다. 또 자기가 쓰는 컵을 두는 공간이 있어서 컵에 각자 이름을 써서 보관하고 음료수를 마실 때에 사용한다. 개개인의 일상생활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서부터 국가의 자원낭비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아는 독일인들은 한국인은 정이 많고 어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감탄하곤 한다. 반면 부정적인 점으로는 자동차가 지나치게 많고 질서가 없는 편이며 물질적 낭비가 많고 환경보호 인식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는 국가나 개인 차원에서 자원 낭비가 많은 편이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 중 실제로 먹는 것은 대략 삼분의 일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로 배출된다고 한다. 물이 부족한 국가에 속하면서도 물을 물쓰듯 하는 풍조, 사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옷, 물건 등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이 찾아볼 수 있는가.

선진국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국가는 부강해도 개인은 알뜰하게 절약하며 산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는 개인의 씀씀이가 크고 무엇보다도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롭게 살아 편안함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일상생활에서 자원을 아껴쓰고 낭비하지 않는 것이 곧 환경, 자원과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의식이 우리의 사고에 자리잡아야 한다. 선입견이 편견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선입견에서 배울 점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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