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건
국어국문과 석사과정
삶을 위협하는 가공식품 틈에서
건강한 먹거리로 관심받는 채식
로컬푸드 운동은 작물 투명성과
사회에 긍정적 외부효과 창출해

존 로빈스는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알린 환경운동가다. 그는 최근 번역된 『100세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건강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편리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주는 가공식품이 실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어떻게 위협했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는 프라이스 박사가 1939년에 쓴 『영양과 육체적 퇴화』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이 현대 서구 음식을 접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음을 지적한다. 원주민들의 1마일 떨어진 거리의 움직이는 동물도 볼 수 있는 시력이라든지 사냥감을 추적하는 놀라운 기술 등 세대를 거듭하며 다져온 신체의 뛰어남과 건강이 음식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고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원주민들이 가졌던 식단은 매우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정제식품이나 가공식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먹었던 음식이 모두 생명이 빠져나가지 않은 것들이었다. 암, 심장병, 당뇨, 천식, 관절염, 충치, 비만 등 서구 문화에서 흔한 질병이 원주민들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가공된 음식, 정제된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원주민들은 힘겹게 생계를 꾸려갔지만 놀랄 만큼 건강하게 장수하며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고 살았다고 보고했다. 프라이스 박사의 언급은 음식과 건강, 질병, 나아가 문화의 관계가 매우 깊다는 것을 암시하며, 생명력이 있는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요즈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채식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채식이란 결국 건강한 먹거리를 말하는 것인데, 요즘 우리 밥상의 채소는 얼마나 안전할까?

2008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우리 식량 자급률은 27%인데 이 수치도 쌀의 비중이 커서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우리가 작물의 생장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은 그 작물이 건강하지 않은 작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유전자변형농산물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식량 문제는 국가 간의 의견조율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선진국과 제3세계간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컬푸드운동은 이런 상황에서 시사점이 있다. 로컬푸드는 산지에서 식탁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은 음식으로 이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생쓰레기와 하수 등 도시의 미사용 유기물 자원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이 유기물의 순환은 도시환경 개선 효과를 갖는다. 텃밭을 가꾸는 시민의 가계를 돕기도 하고 도시 고용창출 효과도 있으며 푸드 마일리지 감소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아직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도심에서도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들이 있다. 학교 인근에 위치한 관악정책연구소 ‘오늘’같은 곳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오늘’에서는 도심 텃밭의 실태를 조사하고 유휴지를 텃밭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옥상 등을 이용한 텃밭도 실험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지역 내에서 먹거리가 순환할 수 있다면 이 먹거리를 먹은 사람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에너지를 순환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지역 공동체 혹은 소농 공동체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산업주의를 막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식량 문제와 지구 온난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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