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1982년 첫발을 내딛은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간 국내외를 불문하고 약 300여 단체들의 작품을 선보여온 모다페는 꾸준히 국제 교류의 장을 넓힘과 동시에 관객과 무용 간의 거리를 좁혀왔다. 오는 18일(수)부터 29일(일)까지 「Beauty beyond Body ···」라는 주제로 즐거운 난장을 펼치는 이번 행사는 ‘모다페의 서른맞이’를 축하하는 자리다.

20세기 기존 무용의 정형성에 반발하며 태동한 현대무용이 이제는 더욱 광범위한 표현의 스펙트럼을 드러내려 한다. 몸의 아름다움을 넘어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Beauty beyond Body ···」에서는 몸이라는 틀을 뚫고 나오는 요즘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감각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7개국 24개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다채로운 가치관이 녹아든 무용들의 향연이다.

호주 무용단 Chunky Move의 「Connected」는 무용수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이 아니다. 이들은 무대에 자리한 그물모양 구조물과 연계해 몸짓을 만들어간다. 수백개의 끈에 매달려 허공을 유영하는 이 구조물은 고정돼 있는 기존 인공물의 딱딱함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표상이다. 단순한 움직임에서 출발한 무용은 무대 장치가 자아내는 생동감과 무용수의 날렵한 몸짓이 어우러지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무용수와 구조물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닮아가는 순간, 무대는 오롯한 무아지경을 담아낸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스위스 무용단 Alias의 「Sideways Rain」. 14명의 무용수들은 그들의 몸짓을 빌어 인간의 탐욕과 소유욕, 폭력성을 그려낸다. 사람, 시간, 운명의 끈이라는 세가지 요소는 이들이 끊임없이 무대를 가로지르는 이유다. 분주하게 무대 위를 움직이는 무용수들이 모든 동작을 정지하는 시점은 찰나에 가깝다. 이들의 몸짓은 운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이끌림에 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무용수들의 신체가 펼쳐내는 쉴새없는 동선은 인간 세계의 일면을 닮아있다.

안무가 최영현의 「Not I」는 무대 위에 아로새겨진 한 편의 아이러니다. 그는 넓은 무대의 쓸쓸함을 통해 비움을 표현하지만 정작 그 비움은 빈 무대를 메우고 있는 자신의 몸짓을 통해 발현된다. 그 빈 공간에서 그의 동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의 근원적 물음으로 조심스럽게 뻗어나간다. 끝끝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는 이 물음은 절망감이 묻어나는 극히 절제된 움직임이 돼 비움의 공간을 훑어낸다.

한편 이번 모다페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여성과 아동의 성폭력 예방을 위한 거리 퍼포먼스와 안무가들의 예술 철학을 직접 듣고 묻는 워크샵은 관객들에게 낯설기만 했던 무용을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30주년을 맞이해 진행되는 세미나에서는 한국현대무용에서 모다페가 갖는 역사적·예술적 위치를 살펴볼 수도 있다.

모다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년이란 시간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세월을 거듭하며 더 짙고 깊어진 현대 무용계의 면모와 모다페의 역사를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모다페가 30주년을 또다른 시작으로 삼아 언제까지나 국내외 무용의 가교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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