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은 지난 10일(화) 열린 20차 총운영위원회에서 오는 30일에 비상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또 학내 150명의 교수들도 법인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법인화 반대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지난 3월 31일 법인설립준비위원회 명단이 공개됐을 때 직원들이 본부를 점거 농성함으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학기 들어 벌어진 법인화를 둘러싼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본부가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법인설립준비위 구성도 몇몇 보직교수들이 모인 가운데 조용하게 결정한 후 그대로 발표했다. 지난 3일에는 법인설립추진단이 학생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메일을 보냈지만 메일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의 법인화 추진 과정에 대한 일방적인 공지였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좋은 의견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달라”는 메일 한통으로 끝내버렸다.

본부가 이처럼 독단적으로 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일방적인 의견 수렴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본부가 법인화법 통과 이전부터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고 학내 구성원 전체의 여론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법인화법 통과 이후부터 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와 여러 학생 정치 단체를 제외한 일반 학생들은 법인화에 대해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아니,법인화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법인화 추진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 인상이나 기초학문 고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학내 민주주의의 붕괴에 있다. 법인화법에 따르면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평의원회가 심의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총장과 이사회에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법인화법에서뿐 아니라 법인화 논의 과정에서도 학내 민주주의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본부의 독단적인 법인화 추진이 민주주의 붕괴를 촉진하고 있는 원인이지만 그동안 침묵했던 학생들의 모습도 이러한 현상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구성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로 소통을 하면서 이뤄지는 것임에도 지금 학내는 그렇지 않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 학내 구성원들이, 그리고 학내 구성원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이 법인화에 대해 무언가라도 이야기를 했다면 학내 민주주의의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본부가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서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을까? 찬성과 반대 입장을 떠나 학생들이 법인화에 대해 정말 무엇이라도 의견을 냈다면, 목소리를 냈다면 본부가 조금이라도 주춤하지 않았을까?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말하면서 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가?

지금 학생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 침묵은 과연 누굴 위한 침묵인지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법인화로 인해 변화를 겪게 될 주체는 교직원뿐만이 아니다. 교육과 연구, 복지의 바탕을 변화시킬 법인화의 영향력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내가 이야기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생각으로 외면하고만 있으면 정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학생들도 침묵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어떤 입장이든 상관없다. 이제 학생들이 이 숨막히는 침묵의 상태에서 벗어나 어떤 목소리든지 적극적으로 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무엇이라도, 어떤 내용이라도 목소리를 낼 때 이 학교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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