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는 정말 오랫동안 서울대의 뜨거운 감자였다.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설립준비위) 구성 이후 이제 법인화 추진은 종착역을 향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서울대 본부는 설립준비위를 설치해 본격적으로 법인서울대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본부의 법인화 드라이브를 향한 서울대 학생사회의 대응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2009년 서울대 학생 총투표를 통해 법인화 반대를 결정했음에도 학생들은 본부의 법인화 추진 과정에 이렇다 할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이지 못했거나 혹은 모인 의견이 집단적인 힘으로 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법인화 설립준비위의 한 분과에 총학생회가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의 주인인 서울대 학생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만들어지지 못한 채 서울대 법인화는 이렇게 마무리 국면을 맞이했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로 인한 변화는 너무나 거대하다.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고개를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또다른 주인인 교직원들의 본부 점거, 교수들의 선언문 발표가 지속되는 지금, 학생들의 역할을 방기할 수는 없다. 법인화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조건부로 찬성하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인화 추진 과정에 학생들에게도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 학생들은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행동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모여야 한다. 5·30 비상총회에.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당당히 개진할 수 있도록. 학생비상총회는 서울대 학생 10분의 1의 출석으로 개회된다. 약 1,700명의 학생들이 아크로에 모여 함께 토론하고 의결해 만들어낸 결과물은 지금껏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만들어왔던 법인화 관련 대응과 구분되는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설립준비위 해체로 총의가 모아진다면 본부를 향한 적극적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설립준비위 참여로 총의가 결정되면 지금까지의 법인화 투쟁 동력을 모아 설립준비위에서 학생대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이 이뤄지든, 5·30 비상총회의 성사는 무기력하고 미약했던 학생사회의 과거와 오늘을 새롭게 정초할 역동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3,4월 전국 15개 대학에서 비상총회가 성사됐다. 경희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에서는 학생들의 비상총회로 본부의 양보와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서울대 또한 2002년, 2005년 비상총회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2002년 비상총회는 총장의 퇴진이라는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렇듯 비상총회는 무기력했던 지금까지의 법인화 관련 대응의 병렬적 나열과는 다르다. 학생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오늘날까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고, 앞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2011년 5월 30일. 서울대에서 비상총회라는 역사의 새로운 한줄을 추가하자. 모이자! 5·30 비상총회. 무기력했던 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아직도 가능한 우리들의 권리를 위해.

 

총학생회장 지윤
인류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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