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갑(甲)이다?
값은 갑(甲)이다?
  • 한정윤 기자
  • 승인 2011.05.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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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포터 지음ㅣ 김홍래.손민중 옮김ㅣ김영사

“인간의 생명에 결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라는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생명의 가치를 가격으로 책정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신념으로 굳게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굳은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재치있는 실험이 있다. 만약 당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생명을 1년 연장시키기 위해 그의 의료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당신은 그를 위해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당신의 머릿속에 특정한 값어치가 떠오른 순간, 당신은 타인의 생명을 가격으로 책정한 셈이 된다.

이렇게 생명이 값어치로 판단되고마는 현상의 기저에는 ‘가격’이 있다. 『모든 것의 가격』에 따르면 ‘가격’이란 사물의 가격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대안들이 가진 이윤과 비용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해 놓은 것”이다. 이때 가격 개념은 우리가 일상에서 값을 매기지 않는 문화, 종교 등의 대상에까지 적용된다.
「뉴욕타임스」의 경제 전문기자를 지낸 저자 에두아르도 포터는 금융,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 분야에 대해서까지 여러 기사와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언론인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경제활동은 물론, 자본주의 이론과는 상치돼 보이는 생명, 신앙, 문화 등 삶의 모든 측면에 전반적으로 숨어있는 가격의 메커니즘을 밝혀보려 했다.  
 
저자는 성스러운 정신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신앙 역시 금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파스칼에 따르면 종교는 구속과 제약이라는 가격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신의 자비를 얻는 서비스이며 신도들은 각종 희생·금기 등 현재의 유한한 비용을 감수하면 천국이라는 무한한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종교를 선택한다. 저자는 “실제로 종교는 일련의 거래로 구성돼 있으며 그 속에서 신자들은 신앙의 혜택과 비용을 저울질한다.”는 과감한 발언을 덧붙인다.

가격의 메커니즘은 신앙에 이어 문화에까지 확장된다. 대부분의 문화적 변화들은 가격의 변동에 따른 인간 행동의 변화로 촉발된다. 경제 발전으로 유아사망률이 하락하면서 남성들의 번식에 대한 목표가 많은 아이들을 낳는 것에서 한명의 아이를 잘 교육시켜 훌륭한 인재로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결혼할 ‘여성의 질’을 따지게 되면서 고학력 여성의 ‘가격’이 높아져 일부다처제는 감당할 수 없는 제도가 됐다. 노예제가 폐지된 것 또한 윤리적인 반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예보다 노동자가 더 저렴해서 고용주가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즉, 일부다처제가 일부일처제로, 노예와 노예주 관계에서 노동자와 고용주 관계로 변화한 것은 사실은 모두 가격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격을 통해 항상 완벽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가격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분석 도구로서 유용한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가격이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면 우리의 결정은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2002년에 발생한 닷컴(.com) 버블의 붕괴는 첨단 기술 회사들의 장래성만 보고 많은 사람들이 퇴직 저축금을 쏟아 부었다가 그 자금이 한순간에 빠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모든 것의 가격』은 삶의 현상들을 가격으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가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일상에 밀착돼 있는 흥미진진한 가격 이야기를 소개한 저자는 우리가 가격의 양면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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