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학에 드러난 ‘피학적 효‘

▲ © 삽화: 강동환 기자

지난달 23일(금) 한국학 연구사업 운영 위원회와 한국문화연구소는 「한국인의 삶과 전통」 심포지엄을 열어 경제, 철학 등 한국학 연구의 최근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제시대 간척지 개발: 국토의 확장과정과 토지 이용」을 주제로 발표한 박영한 교수(지리학과)와 오상학 교수(지리학과)는 “국토 공간상에서 행해진 간척의 전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면서 단기간에 걸친 간척이 일제시기에 행해졌다“며 “방조제 축조, 염분제거 기술 등 근대적 간척기술의 도입, 많은 자본과 인력의 동원, 총독부의 정책적 뒷받침에 의해 근대적 간척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이 시기 간척 사업은 식민지 지배의 물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지만 당시 조선인들의 상당수가 간척의 주체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식민지수탈구조 속에서도 일부 조선인 지주나 기업가들이 간척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시기 간척사업, 근대 간척 기술의 토대 마련

 

 

한편 고전문학 속에서 한국인의 새로운 면모를 찾으려는 시도도 이뤄졌다.「한국 고소설에 나타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이해」를 발표한 류인균 교수(의예과)는 「심청전」과 「콩쥐팥쥐전」을 통해 한국 고전소설과 정신분석학을 접목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심청전」에서 심청의 ‘피학적 효성‘은 자신을 희생하며 심봉사를 극진히 보살핀 곽씨부인에 대한 경쟁심에서 유발된 것이고, 심청이 이후에 아버지뻘의 용왕과 결혼한 것은 아버지 상과 유사한 남성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류 교수는 “「콩쥐팥쥐전」에서 아버지를 둔, 어머니와 딸의 경쟁에서 친어머니 대신 계모를 설정한 것은 효를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이 같은 경쟁이 수용될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효를 근간으로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 문화 내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피학적 효‘라는 변형된 형태로 발현되며 이것이 ‘효 사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결론내렸다. 조두영 명예교수(정신분석학)는 류 교수의 발표에 대해 “한국문화에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나, 고전 두 편만을 가지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이도원 교수(환경대학원)가 「한국 옛날 경관과 삶 속에 나타나는 생태 철학과 개념」에서 전통 주택과 마을 경관에서 발견한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 발표했고, 김수행 교수(경제학부)는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도입과 전개과정」을 발표했다. 

 

 

「심청전」, 「콩쥐팥쥐전」으로 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한국문화연구소의 이태진 소장은 “지금까지 국문학이나 역사학 분야로 한정됐던 한국학 연구가 환경․경제․심리 등 다양한 학분 분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7일(금)에는 「구어 한국어의 의향법 실현방법에 대한 실태 연구」, 「한국의 의료체제구조와 현실」 등을 발표하는 2차 심포지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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