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학논문상

1976년부터 시작한 「대학논문상」은 애초부터 「대학문학상」과는 달리 참여한 학생의 수가 많지 않았다. 15회(1990년) 2편, 17회(1992년) 3편, 26회(2001년) 3편, 27회(2002년) 1편 등 전체 응모작 수가 극히 저조한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19회(1994년) 심사평에서는 “허탈감과 아쉬움을 느꼈다. 우선 학생들의 관심이 너무 저조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픽: 한혜영 기자 sweetdreamzz@snu.kr

 


저조한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대학논문상」은 참신한 시각을 갖춘 우수한 논문들을 발굴해 왔다. 지금까지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심사기준은 대학생만의 상상력이었다. 23회(1998년) 심사위원 이성원 교수(영어영문학과), 한상진 교수(사회학과)는 심사평에서 「대학논문상」이 고취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걸맞는 자유로운 정신”과 “다소 거칠더라도 분명하고도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개성 있고 창의적인 논리로 풀어갈 수 있는 사유의 힘”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21회(1996년)에 가작으로 선정됐던 김병오씨(국사학과, 당시 4학년)의 논문 「집회문화를 통해 바라본 대학문예운동」은 “실천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주제 설정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대중문화가 급속히 유입되던 시절,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문예운동의 올바른 활로를 모색했다. 1990년대 초까지도 서울대 문예동아리와 「메아리」같은 노래패들은 독자적인 문예적 표현보다는 정치적 주장을 담은 선명한 가사와 굵고 강한 선율을 중시했다. 이후 사회과학 서점과 학사주점이 쇠퇴하고 노래패 공연에도 지인들만 참석하는 등 대학의 집회문화는 쇠퇴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공연팸플릿의 서사 주체가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이동하는 등 대학문예운동의 내용이 점차 일상으로 확대되고 내면 세계로 이동하면서 자기언어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에 김병오씨는 문예운동이 변화에 따른 ‘실험’만 하는 데 그치기보단 실제 공연이후에도 일상적으로 향유될 수 있도록 대중문화/민중문화의 이분법을 극복해 가야한다고 결론짓는다.

한편 28회(2003년) 이후에는 “‘문민’정권의 과제와 전망(1993년)”, “북한체제의 변화와 남한의 대응(1996년)”, “해체론과 현대사회(1998년)”와 같은 주제별 응모 방식에서 자유주제로 전환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로 28(2003년)회부터 34회(2009년)까지는 꾸준히 10편 이상의 논문들이 응모됐다. 다양한 주제가 허용된 만큼 독창적인 내용의 논문들이 많았다.

32회(2007년) 가작으로 선정됐던 김지희씨(사회학과 석사과정)·김란우씨(사회학과 석사과정)의 공동저작 「서울대 내 동아리 연결망과 특성」은 “실제 현장을 발로 뛴 흔적이 엿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논문은 ‘부르주아화’됐다고 평가받는 서울대 내부를 사회학 연구방법을 적용해 계급적·문화적 차이를 살펴보고 구성원의 계급에 따른 네트워크의 특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88개의 동아리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이들은 동아리 회원들의 생활수준, 그룹별 지지정당, 노는 장소 등을 비교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운동계열 동아리들은 73%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으며 55%가 녹두 및 학교 근처에서 놀았다. 반면 클래식음악, 스키부, 요트부의 경우 53%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38%가 강남역 근처, 22%가 신촌, 이대, 홍대 근처에서 놀았다. 논문은 서울대 구성원들이 경제적 수준·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사람들과 가깝게 교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병오씨(현 전주대 산학협력단 스마트공간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객원교수)는 “학문적으로 경쟁하고 싶었기보단 남들과 소통하고 내 생각을 점검받길 원했다”며 “기성 논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학부생에겐 당시 「대학논문상」 만한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란우 씨 역시 “주제가 명확한 기업의 논문 공모전과 달리 「대학논문상」은 주제가 자유로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며 “지식을 스스로 생산해낼 수 있는 기회인데,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니 아쉽다”고 토로했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문제의식을 논리정연하게 담아내야 한다. 안병직 교수(서양사학과)는 “논문 작성은 텍스트를 이해하는 리딩(Reading), 비판적으로 생각하기(Thinking),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글쓰기(Writing)의 세 박자가 어우러진 활동이자 대학교육의 핵심”이라며 “학생들은 논문 작성능력을 기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하며 교육자들 역시 글쓰기 교육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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