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인화 논쟁에서도 등록금 문제가 큰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듯 등록금은 학생들과 학교 재정을 운용하는 학교 본부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1일(일) 덕수궁 앞 광장에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 주도한 ‘5·1 대학생 권리 실현을 위한 대표자 삭발 기자회견’에서는 의장과 각 대학 학생회장 총 6명이 고액 등록금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사립대의 한해 등록금은 1천만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등록금을 충당하기 어렵다. 이를 메우기 위해 추가적으로 학자금을 대출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쟁이가 돼 종내에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유모씨(22)가 번개탄 3개를 피워 놓고 자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정부의 등록금 부담률은 20%로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OECD 국가의 평균 등록금 부담률이 80%, 유럽 선진국의 평균 등록금 부담률이 90%인 것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지고 있는 책임은 상당히 낮다. 그럼에도 국회는 최근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예산을 3천여억원에서 1천여억원으로 낮추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도 500억원 가량 낮췄다. 이에 더해 2007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 산하에 ‘등록금 절반 인하 위원회’를 설치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물음에 “나 자신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여기서 한술 더 떠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은 액수가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높은 등록금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도 않은 채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들로부터 가져간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사립재단의 누적 적립금은 약 7조원이다. 이중 건축적립금은 46%, 용도가 불분명한 기타는 45%에 달한다. 이에 반해 연구적립금은 10%, 장학적립금은 9%밖에 안 된다. 이는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학교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광주의 한 사립대의 경우 도서관의 장서가 5만 8천권으로 상당히 적은 편임에도 도서구입비는 예산의 0.1%에 불과하다. 학생 한 명이 납부하는 등록금 중 약 3,900원만이 도서 구입에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등록금 수익을 다른 시설에 투자하다 보니 정작 학생 복지와 연관된 도서관 지원은 미흡해진 것이다.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정책과 허상뿐인 대학들의 학생 복지 향상 방안은 학생과 학부모를 큰 좌절에 빠뜨릴 뿐이다.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쟁이를 만들어 내고 한창 꿈을 키울 나이에 좌절만 안겨주는 정부와 각 대학은 진정한 의미의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재진
사회과학계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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